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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노무현이 있다’는 부제가 붙은 [봉하일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로 귀향한 지 보름 되는 날, 마을 주민들과 첫 상견례를 한 모습으로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거쳐 봉하 오리쌀이 출하되기까지의 227일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봉하일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범한 이웃으로, 다정한 할아버지로,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깨어 있는 시민의 모습도 보여주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단연 으뜸은 ‘농부’의 모습입니다.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농촌, 자신의 고향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바꾸고자 했던 농부 ‘노무현’의 모습, 살짝 전해드립니다. [봉하일기]는 그 어떤 친환경농법에 관한 책보다 더 재미있고 설득력도 있답니다.<편집자 주>
[봉하일기]로 본 농부 노무현의 일상
농부 노무현의 좌충우돌 오리 농법 분투기
땅강아지도 사는 논을 만들어보자!
마을 분들이 서로 동의가 돼서 전체 한 24만 평 중 2만 5000평에 오리 농법을 실시했습니다. 한 3~4년 지나면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그동안에 주변 환경을 완전히 생태 환경으로 바꿔 보려고 합니다. 논 가운데 물길을 길게 파고, 논과 논 사이에 의도를 만들고, 논두렁을 넓게 해서 거기에 곤충이 살게 하고. 땅강아지 기억하시죠? 요새 땅강아지 없잖아요. 땅강아지도 살게 하고, 웅덩이를 크게 파서 겨울에 고기가 그 안에서 숨어 살게 하고, 이렇게 하면 생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흙이 살아납니다. 한 10년쯤 걸려서 완성해 보려고, 외형상으로는 5년 정도면 모양을 갖출 수 있게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나는 못하네… 그럼 내가 해 주께”
매일 아침마다 오리를 풀어 주고 저녁에는 막사로 거둬들여야 한답니다.
대통령의 초·중학교 후배인 이기우 씨가 자기는 못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대통령이 한마디 합니다. “그럼 자네 논은 내가 해 주께. 풀어 주고 가두기만 하면 되는 거 아이가?” 한바탕 웃음 속에 이기우 씨를 포함한 13명의 농민이 오리 농법에 참여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어제 오리들 야근했는가?
부르는 소리, 호각 소리 등이 계속되자 다음날 새벽 일찍 들판에 나왔습니다.
“어제 오리들 야근했는가?”
“아입니더. 잔업했습니더.”
대통령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후배인 이기우 친환경농업생산단지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의 답변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대통령도 “잔업 시키지 마라.”며 웃습니다.
콤바인이 에스 라인으로 가면 어때~!
이리저리 콤바인을 살펴보던 대통령이 다시금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길을 잡아 나갑니다.
“춤을 춰서 그렇지 잘하네, 에스 라인으로 간다.” ‘초보 농사꾼’치곤 대통령의 콤바인 운전 솜씨가 뛰어나다고 한마디씩 거듭니다. 대통령의 초·중학교 후배인 이기우 씨가 농을 던집니다.
“대통령님이 다 하시라 카고 우리는 밥이나 묵자.” 다른 주민은 “또 한 사람 직업 잃게 생겼다.”며 웃습니다.
“고마, (대통령님이) 다 하시소.”라는 주문도 나왔습니다.
농사꾼 노무현의 뜻이 영글다
대통령은 계시지 않아도 친환경 농사와 마을 가꾸기는 계속 된다는 믿음을 심어 줬다.그렇게 신뢰가 쌓이자 인근 마을 주민들도 친환경 농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처음부터 요청하는 대로 다 들어줄 수 없어서, 2010년에는 시범적으로 20만 제곱미터(6만 평)만 늘려 총 100만 제곱미터(30만 평)에서 농사를 지었다.
친환경 농사가 3년차로 접어들면서 시스템이 안착되기 시작했다. 경남도와 김해시에서 우수 생태 농업 단지로 지정되었다. 2011년에는 인근 마을까지 5개 마을, 170여 농가가 참가해 150만 제곱미터(48만 평)로 단지가 확대되었다. 친환경 농법도 단순 무농약에서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으로 올라섰다. 주민 소득도 증가했다. 과거 농약을 치며 농사지을 때보다 많게는 1.5배 이상 늘었다. ‘살기 좋은 농촌 마을’을 향한 대통령의 꿈이 그렇게 영글어 가고 있다.
[봉하일기] 본문 곳곳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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