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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회 분석, VRIO, 경쟁우위, 기업 전략 계획… 부서 간 이해관계, 의사소통, 팀워크… 직장인이라면 익숙하거나 언젠가는 익숙해질 이 단어들,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지만 기업 경영만큼 이론과 현실이 다른 것도 많지 않을 듯싶고요. 읽을 땐 그렇구나 싶어도 돌아서면 나와는 동떨어진 경영서, 그래서 경영서는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그런 저도 정말로 즐겁게 읽은 책이 바로 <전략 퍼즐>입니다. 아마 부키에서 출간하지 않았다면 그렇고 그런 경영소설이겠거니 하면서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컸겠지요.(그 생각을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전략 퍼즐>의 기획자 콘돌 또한 이 책을 무심코 넘길 뻔 했다고 합니다. 콘돌이 가볍게 ‘패스’하려다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략 퍼즐> 기획자 콘돌의 흥미진진한 책 뒷이야기(혹은 앞이야기)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전략 퍼즐> 기획자 노트 그들이 외도한 까닭은?

흠… 경영학자들이 소설을 쓰셨다?
무척 심심하셨나 보지. 아니면 ‘문학청년’ 시절의 꿈을 찾아 잠깐 외도했든가. 따라서 이 책은 그냥 패스~
가볍게 마우스를 클릭하고 넘어가려는 순간, 아랫단에 위치한 저자 정보에 살짝 눈길이 끌린다.

 공저자 

제이 바니 : 오하이오 주립대 피셔경영대학원 교수 겸 미국 전략경영학회 회장, 
트리시 클리포드 : 전 매킨지컨설팅 글로벌 전략 교육 책임자.”

최고 경영 전문가, 날카로운 잽을 날리다!

가벼운 조합은 분명 아니다.

미국에만 70여개가 넘는 MBA가 있으니 경영대학원 교수라는 타이틀쯤이야 발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흔하다 쳐도 전략경영학회 회장 자리는 분명 하나일 터. 게다가 또 다른 공저자는 강단이 아닌 현장 전문가 출신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출신이니 경영 전략과 관련해 이만한 실전 경험을 지닌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매킨지[Mckinsey & Company]라면 미국 내 MBA 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의하면 올해도 재학생 설문조사에서 구글을 누르고 여전히 선호 기업 1위를 차지했다.)

 경영전략 이론가와 실전 경험 풍부한 전략 컨설팅 교육 책임자가 함께 경영 전략에 관한 책을 썼다. 그것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반 경영서로 출간해도 충분히 주목받을 텐데, 최고의 전략 전문가들이 왜 굳이 소설을 썼을까? 더구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오늘날의 경영학 토대와 경영 이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곳인데 이곳에서 낸 유일한 경영소설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번역권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서점에서 직접 책을 구입해 검토에 들어갔다. 저작권사에 책을 요청하면 어떤 때는 두세 달 후에나 책이 도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그 사이 누가 채가면 안 되지….

그 많던 경영 이론은 어디로 갔을까?

원서 제목 ‘What I didn't learn in business school : How Strategy Works in the Real World’. <전략 퍼즐>이라는 제목으로 이번에 부키에서 출간한 경영 전략 소설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궁금증을 짐작했다는 듯이 머리말에서 저자들은 ‘왜 하필 경영 소설일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다.

경영 전략은 폼 나는 이론의 침상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다. 현실의 경영 전략은 전략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동적인 관계 변화 속에서 기업의 독특한 조직과 문화를 반영하여 만들어지는데, 이를 경영 이론 형태로 집약하면 그 역동성과 상호관계가 모두 사라지고 재미없는 교과서 하나만 남을 이라는 것이 그들의 문제의식이었다.

또 다른 이유 하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은 시장에 뛰어들고 가치를 창조하는, 지적으로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작업이며, 이 즐거움을 독자들이 함께 맛보았으면 하는 저자들의 바람을 반영것이었다.

서문을 읽으면서 많은 경영이론서에서 받았던 답답함을 해소해 주는 청량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때 출판사가 아닌 일반 기업체(그럼 출판사는 특수 기업체인가?)에서 수년간 밥을 번 적이 있다. 주로 사원 교육과 사내외 홍보 직무를 맡았기에 내 취향과는 무관하게 꽤 많은 경영서를 읽어야 했다. 당시는 또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새로운 경영이론이 기업에 봇물처럼 수입되던 시기였다. 팀제, 식스 시그마, 다운사이징, 리엔지니어링, JIT, 학습조직 등…. 어떤 책을 펼쳐들든 한 가지 공통점은 누구나 자신의 이론이 최상이고 가장 선진적임을 강조한다는 거다. 이대로만 시행한다면, 경영 위기 따위는 겪을 일이 없다는 듯이. 그리고 시대의 격류에 불안해진 경영진과 직장인들은 그 책들이 제시한 이론과 명제들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기 급급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그런 것들이 모두 한순간의 유행이었다. 직장인들이 거리로 쫓겨나 찬바람을 맞고 있을 때 그 현란한 많은 경영이론들은 정작, 다 어디에 있었을까? 주류경제학은 뉴튼 역학처럼 정합적인 무오류 이론을 추구하다가 가장 결정적 변수이자 행위자인 인간을 시야에서 놓치는 엄청난 오류를 저질렀다. 시기를 휩쓴 경영학 이론들도 인간과 조직을 바라보는 풍부한 관점보다 차별성을 강조한 이론과 짧은 성과에만 연연하는 고질병을 앓아왔음이 요즈음 여러 경로로 입증되고 있다.

또 다른 신종 경영 전략 하나를 보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과 조직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경영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한 시점임을 생각하면 이 책은 꼭 필요한 때에 딱 맞는 형식으로 독자의 곁에 다가가는 셈이다.

 
사족 1.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우지 못한 것

아무리 소설이라도 경영 전략인데, 어렵진 않느냐고? 걱정 붙들어 매시라.

주인공 저스틴은 명색이 MBA 출신이지만 셔츠에 커피를 쏟고 나서야 비로소 와이셔츠 한 장에 얼마나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가 담겨 있는지 눈을 뜬다.

경영 보고서 속의 제품 A가 아닌 길거리 상점에 걸린 현실 속의 와이셔츠를 자세히 들여다볼 의사만 갖췄다면 독자는 저스틴처럼 한 기업의 전략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

경영은 경영학자나 최고경영자들의 유희가 아니며 목표를 향해 나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상식일 수 있음을 전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족 2. 왜 소설을 쓰는가?

“소설가들은 하고많은 직업 중에 왜 소설가가 되었을까?”

“원래는 열혈 소설 독자였는데 더 이상 읽을 만한 작품이 없으니 직접 쓰는 거지.”

“그럼 평론가는?”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도저히 능력이 안 따라주니 할 수 없이 평론가가 된 거지.”

술자리에서 키득거리며 이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사실 작가들이 소설을 쓰는 이유는 백인백색이다.

고 박완서 작가는 당신이 한국전쟁 당시에 겪었던 모욕과 기만, 박해의 기억을 글로 남기는 게 인간 최후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딸 하나를 둔 이혼녀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서 살던 조앤 롤링. 그녀가 낡은 카페 테이블에 앉아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한 가장 절박한 동기는 무엇보다 아기 이유식 값이었을 것이다. 열두 군데 출판사에서 퇴짜 맞고 불룸즈버리 출판사와 가까스로 계약을 하면서 처음 받은 선인세는 불과 우리 돈 200만원 정도였다지만.

 그런가 하면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 시합이 계기가 된 경우도 있다. 작가 박민규는 저돌적 인파이터의 대명사 타이슨이 아웃복싱 위주로 바뀐 권투 경기 룰을 참지 못하고 상대의 귀를 물어뜯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세상을 지배하는 룰과 그 룰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전략 퍼즐> 저자 제이 B. 바니와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가 소설을 쓴 이유? <전략 퍼즐>을 읽은 독자들이 나름의 이유를 짐작하겠지만, 저자들이 ‘소설’을 택한 건 탁월한 ‘전략’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2011년 11월 22일

부키 기획편집부 콘돌 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출간한 유일한 경영소설
전략 퍼즐 what I didn't learn in business school  

기업체와 경영대학원, 컨설팅업체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공저자들이 소설 형식을 빌어 풀어낸 본격 경영전략 드라마다.

MBA를 갓 따고 컨설팅 회사에 들어간 주인공 저스틴은 첫 임무로 석유화학전문기업 HGS의 신기술 ‘플라스티웨어’의 사업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하지만 단순히 남성용 셔츠 시장 진입 문제로 보였던 프로젝트는 HGS 임원들을 면담하면서 복잡다단한 경영전략수립 과정으로 이어지고, 저스틴은 MBA에서 배운 경영이론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전혀 달리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략 퍼즐

저자
제이 B. 바니,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출판사
부키 | 2011-11-2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출간한 유일한 경영소설! 회사의 전략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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