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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노트]

 

분위기에 휩쓸리는 ‘예스 개미’들을 위해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친구... 그 친구가 좋다.”

나온 지 10년쯤 된 (혹시 그 이전부터 어딘가에서 쓰였을 수도 있는) 너무나 유명한 광고 카피... 카피에서 전하는 메시지 자체가 워낙 강하다 보니 카피만 기억나고 무슨 광고였는지는 정작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 카피는 반어적인 의미에서 더 많이 회자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패러디를 대자면 아마 이것이 아닐까.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면 ‘왕따’ 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사람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할 때 안도감을 느끼고 혼자 동떨어진 부류에 속하게 되면 왠지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다수의 사람들 무리 속에 포함되려고 하는 현상, 무리를 이루려는 현상이 ‘군집 현상’이다.

자기 자식은 ‘요즘 부모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영어 학원에, 피아노 학원에 뺑뺑이 돌리며 키우지 않겠다고, 아이답게 놀리면서 키우겠다고 오래전부터 호언장담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아 키워 보더니, 주변 아이들은 모두 한두 군데씩 학원을 다니고 자기 아이만 집이나 놀이터에서 노는 상황을 못 견뎌 했다.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지만 자기 아이만 뒤처질까 너무 걱정이 되어 결국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단다. 이것도 군집 현상 비슷한 거라 생각된다. 남들 다 하는데 자기만 안 하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고 불안한 느낌...

 

마치 나는 안 그런 것처럼 남 얘기 하듯 쓰고 있는데, 사실 나는 평소에 “남들이 다 한다고 나도 꼭 해야 돼?” 하는 주의이긴 하다. “월드컵 응원을 모든 사람이 시청 앞 광장에 가서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라든지, “날도 덥고 차도 막히는데 꼭 관광지로 피서를 가야 돼?”라든지... 사람 많은 곳은 번잡스러워 가기 싫어하는 성격과 귀차니즘이 결합된 것인데, 이런 나도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할 때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내가 잘 모르는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할 때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혹은 선택해야 하는) 옵션은 여러 개인데 내가 아는 지식이 짧아 무얼 골라야 좋고 막상 골라 놓고도 제대로 골랐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때 이렇게 남들 대다수가 하는 대로 따라 하면 그나마 안심이 된다.

아마도 거품 장세에 뒤늦게 뛰어드는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이미 챙길 거 챙기고 차익 남길 거 남긴 약삭빠른 투자자들이 발을 뺀 줄도 모르고, “분명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르니까 다들 사는 거야.”라며 뛰어들었다가 결국에는 폭격을 맞아 장렬히(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전사하고 마는 개미들...

 

 

투자자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에서는 시장의 ‘거품’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거품기의 투자자들의 행태가 전형적인 ‘군집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매수 추천’을 일제히 내놓는 애널리스트들이라고 거품임을 알면서 그런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만큼 시장의 거품이나 이상 현상을 전문가조차 알아차리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증권화라는 금융공학 수법이 발전하면서 대형 투자은행조차 자신이 투자 운용하는 돈이 어디로 연결되어 어떠한 리스크하에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는 시대다. 정부에서도 ‘개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파산했을 경우 국가 경제에 타격이 큰 대형 금융 기관이나 기업을 살리는 데 신경 쓰게 된다.

 

결국 전문가가 내놓는 시황 분석이나 경제 전망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투자자 스스로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리스크 관리’... 이런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외부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투자자 스스로가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내는 ‘자발적 리스크’라도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집 심리로 인해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확률을 냉철히 가늠하지 못하고 과대평가하거나 떠도는 소문을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막연한 직감을 믿고 결정한 것은 아닌지 등등 투자의 합리적 근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검증해서 투자자 스스로가 초래하는 내부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것, 이것이 투자자에게 있어 행동경제학이 가지는 최대의 효용이지 않을까?

 

투자자를 위한 행동경제학 입문서인 이 책은 재테크 기술과 비법을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오류나 착오, 편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필히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지점들을 짚어 줄 뿐이다.

그래서 이 장황한 글의 결론(이자 이 책을 읽어 볼까 하는 예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행동경제학은 재테크 전략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테크를 하려면 행동경제학 책 하나쯤은 읽어 두는 게 좋다.”

 

2011. 7. 5. 부키 편집부 부키(boogie) 씀.

 

 

 

마음에 속고 확률에 우는 투자자를 위한 책을 표방한 <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 편집자는 부기(boogie)입니다. 혹 기억하신다면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편집자도 그였습니다. 스스로를 부키의 마이더스의 손이라 칭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편집한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등 그가 편집했다 하면 바로 베스트셀러. 아무리 못해도 스테디셀러니까요. 그가 이번엔 <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를 편집한 후 머리를 싸매고 싸매다 편집자 노트를 보내왔습니다. "아, 독자들이 내가 이 글을 왜 읽고 있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 어쩌죠?"라고 걱정이 많더니만, 막상 원고는 참 재미있습니다. 독자들은 어떠실까요. 혹 시간이 나시면 덧글로 감상을 들려주십시오. 부기가 매우 기뻐할 겁니다. <편집자 주>

 


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

저자
마카베 아키오 지음
출판사
부키 | 2011-07-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인간의 합리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전제로 구축된 전통적인 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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