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로 배우는 금융상식 7

서브프라임 위기의 배후에는 그림자 뱅킹이 있었다  

 

 

 

편집자 주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금융의 종합 개설서’입니다. 현실 문제나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이론과 제도를 접목하고, 하나의 금융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학문 체계를 결합해 설명하는 통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또 금융을 가치중립적으로 다루는데 머물지 않고 금융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점도 두루 다루어서 실생활에서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께도, 금융 전문가나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한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에는 알아두면 좋을 금융상식도 매우 풍부한데요, 그 중 몇 가지를 시리즈로 다루고자 합니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는 대한민국에까지 깊은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미디어에서얼마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지 금융에 무지한 부키 웹마저 서브프라임이니 모기지니 하는 말을 (뜻도 모른 채) 알고 있었겠습니까.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를 찬찬히 읽으니 그 때는 몰랐던 서브프라임의 원인이 조금씩 보입니다. 그러니까 은행업의 규제 완화가 위험 추수로 서브프라임 위기의 단초가 된 것이로군요. 

은행들이 스스로 조성한 대출 채권을 매각 처분하게 된 것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대출에 따른 신용 부담을 은행이 직접 부담하지 않아도 되므로 은행이 대출 심사를 꼼꼼하게 실시할 이유가 없게 되었고, 은행은 그저 대출 건수를 많이 일으켜 중간 자진을 챙기면서 대출 채권을 매각하면 그만이었다는군요. 이런 식으로 네거티브 유인이 작용한 결과, 서브프라임, 즉 ‘신용도가 매우 낮은 자들’에게 주택 대출이 과도하게 공급되었다는군요.

이외에도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은 많습니다만, 이찬근 교수는 ‘그림자 뱅킹’을 서브프라임 위기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네요.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를 소개해드립니다.

 

 

1931년 뉴욕의 합중국은행의 도산 소식이 알려지자 은행 건물 앞에 군중이 비를 맞는 채 모여들었다. 이는 대공황기 은행 연쇄 도산 사태의 시발점이 되었다. 2011년 저축은행들의 잇단 영업정지 소식에 망연자실하며 저축은행 앞으로 몰려든 한국의 예금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배후에는 그림자 뱅킹이 있었다

 

은행업의 규제 완화와 위험 추수가 서브프라임 위기의 단초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형 은행만을 짚어 위기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해 온 ‘그림자 뱅킹shadow banking’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림자 뱅킹이란  투자은행, 헤지 펀드, 사모 펀드 등을 말한다. 이들이 그림자 뱅킹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들이 수행하는 기능이 전통적인 은행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으며, 또 같은 이유로 정부의 금융 안전망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은행업이 반드시 예금 취급 기관(상업은행)에 의해서만 수행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단기로 자금을 빌려 장기로 대출해 주는 금융 중개 기관은 어떤 의미에서 은행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차이는 예금을 수취할 수 있느냐의 여부일 뿐이다. 예를 들어 헤지 펀드나 투자은행도 단기로 돈을 빌려 중·장기의 증권에 투자했으므로 이들도 단기 재원 조달, 장기 투자 운용을 한다는 점에서 은행업에 종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일찍이 엄격한 규제와 안전망이 마련된 반면, 이들 그림자 뱅킹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전문성과 명성을 믿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 주려는 자들이 많았다. 덕분에 그림자 뱅킹은 단기 자금을 엄청난 규모로 빌려 장기물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주택 금융 시장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의 세계적 금융 위기로 확대된 것은 이렇게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뱅킹이 레버리지를 동원해 투자 포지션을 막대하게 키운 결과였다.(p59~6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