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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로 배우는 금융상식 4

정부의 은행, 은행의 은행 중앙은행의 모든 것

 

 

편집자 주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금융의 종합 개설서’입니다. 현실 문제나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이론과 제도를 접목하고, 하나의 금융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학문 체계를 결합해 설명하는 통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또 금융을 가치중립적으로 다루는데 머물지 않고 금융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점도 두루 다루어서 실생활에서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께도, 금융 전문가나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한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에는 알아두면 좋을 금융상식도 매우 풍부한데요, 그 중 몇 가지를 시리즈로 다루고자 합니다.

 

 

 

 

한국은행 전경. 1950년 6월 12일 설립되면서 일제 강점기 조선은행 본점(사진의 2층 건물)으로 사용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해 오다가

2000년 12월부터 현재의 본관(2층 건물 뒤 흰색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혹시 한국은행에 가서 저금해 보신 분 계신가요? 한국은행이 개인 예금 받아주는 곳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계시다고요?

그럼 질문 하나 더! 한국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영국은행, 일본은행(BOJ), 인도준비은행(Reserve Bank of India, RBI), 중국인민은행(中國人民銀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중앙은행이라고 답하셨나요? 예, 정답입니다.

그럼 중앙은행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왜 만들어졌나요?

이 질문에도 술술 답이 나오는 분은 많지 않지요? 지폐랑 동전에 꼬박꼬박 한국은행이라고 써 있는 것은 봤다... 하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럼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를 통해 중앙은행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볼까요?

 

 

 

 

정부의 은행, 은행의 은행 - 중앙은행

 

중앙은행은 우선 정부의 은행이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국고 출납(세입과 세출)을 관리함과 동시에 정부의 재정을 보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중앙은행은 대차대조표의 자산 면에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국채 투자자로서 정부 적자 재정의 일부를 보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으로서 금융 시스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 은행들에 지급 준비 계좌를 창설해 주고 중앙은행 전산망을 구축해 은행들 간의 지급 결제 인프라를 지원한다. 또 은행들의 필요에 따라 담보 대출 혹은 레포repo(환매 조건부 매출의 준말. 금융 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 금리를 보태어 되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인데, 외견상의 약정 내용은 이렇지만 실제 내용은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것과 다름없다.) 방식의 대출을 제공하며, 특히 은행이 비상사태에 처해 있을 경우에는 담보 없이 특별 대출을 제공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은 자국의 환율 정책에도 깊게 관여한다. 자국 통화의 환율이 과도하게 절상되어 있거나 절하되어 있을 경우 환율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외환 시장 조작(foreign exchange market operation)을 실시한다. 대차대조표의 자산 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직접 운영하거나 정부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의 운용 책임을 맡아 수시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p.93)

 

 

 

 

중앙은행이 없다면?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통화 제도에서 중심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말로는 중앙은행이 왜 중요한 기관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보다는 중앙은행이 없다면 도대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생각해 보는 게 좋다.

 

만약 지폐를 발행하는 발권 기능을 맡고 있는 중앙은행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은행들이 저마다 은행권을 찍겠다고 나서는 통에 각종 은행권이 난무하면서 통화 질서가 교란될 것이다. 은행의 경영 상태와 신뢰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은행권이 상호 교환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고, 은행권에 대한 불신과 통용의 한계로 인해 경제 활동이 크게 제약될 것이다.

 

또 각국을 대표하는 통화가 없어 외환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해 국제적인 상거래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게다가 은행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수습할 맏형이 없어 한 은행의 위기가 다른 은행의 위기를 부르고, 그것이 금융 중개를 마비시켜 경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이 없다면 누구도 통화량의 공급에 책임을 질 수 없으므로 경기 변동의 폭도 매우 깊어질 것이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경기를 회복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없다면 정부의 재정 적자를 흡수해 줄 곳이 마땅치 않아 정부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통화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p.70)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분권형 중앙은행

 

미국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가장 통용성이 높은 기축 통화이며 미국의 금융 시장은 세계 금융 시장의 중심이다. 따라서 미국의 중앙은행 제도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분권화된 중앙은행’이란 독특한 형태를 띤다. 다른 나라처럼 집권화된 하나의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 전역 12개 지구에 흩어져 있는 12개의 연방준비은행을 워싱턴에 소재한 연준 이사회가 총괄하고 있는 형태다.

 

연준의 최상위 기구는 이사회(Board of Governors)다. 연준 이사회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승인한 이사들로 구성된다. 이사의 수는 의장을 포함해 7명밖에 안 되지만 이사회는 일반 기업체 이사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조직이다. 이사회를 지원하는 상근 인력이 무려 2000명에 달하고 연간 예산이 약 3억 달러다. 대통령에겐 연준 이사회 이사를 선임하는 권한이 있지만, 그렇다고 백악관이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준 이사의 임기가 무려 14년으로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7명의 이사 중 한 사람이 바로 연준 의장이다. 의장의 임기는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한 예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1987년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 때 의장이 된 이후 ‘아버지’ 부시(George H.W. Bush), 클린턴(Bill Clinton), ‘아들’ 부시(George H. Bush)로부터 계속 지명을 받아 18년간 의장직을 연임했다. 연준 의장은 직책상 연준의 직원들을 관리하고 이사회를 주재하며 정기적으로 의회에서 통화 신용 정책에 대해 증언해야 한다.

 

따라서 의장이 이 방대한 조직을 일상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장은 일상적인 일은 이사 중에서 한 사람을 지정해 총괄 책임을 맡기고, 주로 비정형적인 일, 즉 정치권이나 여론이 큰 관심을 갖는 특별한 사안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연준 의장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법률상 연준 의장의 권한은 이사회 의제를 설정하는 것에 국한되고 다른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이사들과 마찬가지로 한 표를 행사할 뿐이다.

 

연준이 하는 역할을 두 가지다. 하나는 은행을 감독해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주로 12개 지구에 산재해 있는 연방준비은행이 수행한다. 이 역할과 관련해 연준은 은행들의 재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은행 간의 대차 거래를 매개하며 유사시에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자금난에 처한 은행에 비상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은행 시스템의 안정을 기한다.

 

연준의 두 번째 역할은 통화량 관리다. 즉 경제 전체의 사정을 고려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를 담당하는 기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다. FOMC는 6주마다 워싱턴에 모여 경제 사정을 논의하고 통화 정책을 검토한다. FOMC에는 연준 이사회의 이사 전원(7명)이 당연직으로, 그리고 지구별 연방준비은행장 중에서 뽑힌 5명이 선출직으로 참여한다. 12개 연방준비은행 은행장 전원은 물론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가진다. 의결권은 이들 중 5명에게만 주어지므로 선출직 위원 자리는 12명이 교대로 맡게 된다. 단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은 예외다. 뉴욕은 미국 금융의 중심인 데다 FOMC에서 결정한 통화 정책을 공개 시장 조작(open market operation)을 통해 실제로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FOMC의 당연직 위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준 의장이 FOMC의 의장직을 당연직으로 맡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관행적으로는 연준 의장이 FOMC 의장을 맡지만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12명의 위원 중에서 해마다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연준은 FOMC의 의사 결정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한다. 흔히 통화량 조절이라고 하면 연준이 인쇄기로 통화를 찍은 후 헬리콥터로 산포한다거나 혹은 진공청소기로 과잉 통화를 쓸어 담는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는 비유로서는 적절할지 모르나 통화량의 실제 조절 방식과는 다르다. 통화량의 조절은 주로 공개 시장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공개 시장 조작이란 공개된 금융 시장에서 연준이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FOMC가 통화량을 늘리고자 한다면, 연준은 금융 기관이나 일반으로부터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달러를 추가 공급한다.

 

반대로 연준이 통화량을 줄이고자 할 때는 자신이 보유한 국채를 매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민간이 보유한 통화가 줄게 된다. 이처럼 연준의 통화 정책은 통화량 조절이며 이것이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통화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학계의 합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고 단기적으로는 고용 사정과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p.87~90)

 

 

 

 

한국의 중앙은행 - 한국은행

 

한국은행(‘한은’)은 정부 수립 후인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우리나라 중앙은행이다.

한은의 정책 결정 기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로, 미국 연준 이사회의 기능과 FOMC의 역할을 통합해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금통위는 통화 신용 정책을 수립하고 한은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국민 경제 각 분야를 대표하는 5인 등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합의제로 운영된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의 의장직을 당연직으로 수행하며 금통위에서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고 한은의 업무를 총괄하여 대외적으로 한은을 대표한다. 한은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한 금통위 위원 전원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은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본점 부서 외에 16개의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데, 각 지역 본부는 미국의 분권화된 12개 연방준비은행과 달리 독자적인 권한이 없다. 따라서 한은은 중앙 집권적인 조직 체계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물가 관리를 최우선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금통위는 통화량 조절 정책의 지표로 미국 연방 기금 금리의 목표치에 해당하는 한은 기준 금리를 발표하고 있다.(p.91~92)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저자
이찬근 지음
출판사
부키 | 2011-05-09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다양한 영역과 분파 학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체 상을 그리기 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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