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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웨딩, 결혼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 









원빈, 이나영 커플의 결혼식은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전에 이효리, 이상순 커플도 소박하고 단출한 ‘스몰 웨딩’을 했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원빈, 이나영 커플이 훨씬 더 컸다. 푸르른 보리밭에서 가족끼리만 모여 결혼식을 올리고, 솥단지 걸어놓고 국수를 끓여 먹었다는 얘기가 한국인들 뇌리에 깊이 박혔다. 원빈과 이나영이 돈이 없어서 보리밭에서 결혼식을 올렸을까? 관성 같은 결혼식, 식상한 결혼식을 원치 않았서였을 것이다. 결혼식이라는 형식보다 결혼의 의미를 더 고민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그들은 한국에서 스몰 웨딩이 트렌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농장에서 스몰 웨딩을 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한국인에게 결혼식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다. 그래서 체면을 생각해서 이왕이면 크고 화려하게 결혼식을 치른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라는 서양식 예복과 폐백이라는 한국 문화가 결합된, 동서양의 좋은건 다 갖다 붙인 정체불명의 요란한 행사가 우리의 결혼식이다. 호텔 결혼식이 유행했던 적도 있다. 결혼식을 치르는 데만 억대의 돈이 든다는 특급 호텔에서의 화려한 결혼식은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한국인들 사이에서 스몰웨딩이 확산되는 것은 흥미로운 변화다. 스몰 웨딩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소비일 수 있지만, 절약이 핵심은 아니다. 실제로 스몰 웨딩이라고 저렴하기만 한 건 아니다. 조촐하지만 은밀하게 호텔에서 스몰 웨딩을 하거나, 가족과 친구들을 하와이로 초대해 스몰 웨딩을 하기도한다.


스몰 웨딩의 목적은 돈보다는 결혼의 의미에 대한 집중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잘 모르는 먼 친척, 고향 어른 등 의무감 때문에 참석한 하객들 사이에서 후다닥 해치우듯 치르는 결혼식에 대한 회의가 커진 것이다. 스몰 웨딩에서의 스몰은 하객 수다. 하객 수가 적으면 집중이 되고 몰입도 잘된다. 직계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만 모여서 심 어린 축하를 주고받는 것이 화려하고 거창한 결혼식보다 훨씬 더 값지다는 데에 2030세대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국의 결혼식은 신랑신부 얼굴과 이름만 바뀔 뿐 복제하듯 똑같다. 똑같은 웨딩홀, 똑같은 순서, 심지어 주례사도 비슷비슷하다. 이런 뻔하고 흔한 복제품을 거부하는 게 스몰 웨딩이다. 자기만의 특별한 결혼식이다. 결혼식을 어디서 할지, 어떤 이벤트를 할지는 신랑신부가 마음대로 정한다. 주례사를 생략하고 부모가 돌아가며 축하의 말을 건네거나, 사회자 없이 신랑신부가 토크쇼를 진행하듯 직접 그들의 만남과 연애 과정, 결혼 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유쾌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틀기도 하고, 결혼식 중간에 함께 춤을 추기도하고, 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결혼식을 치르기도 하는 등 예비 부부가 마음 가는 대로 한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시대,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결혼하는 이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결혼의 본질에 집중하고, 행복한 결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라이프 트렌드 2016』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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