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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야 알까, 알아야 멈출까?
먼저 ‘지지(知止)’라는 명사의 논리적 순서부터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지지(知止)라는 이 두 글자가 함께 연결되어 있으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먼저 ‘알아야[知]’비로소‘멈출[止]’수 있는가, 아니면 먼저 ‘멈추어야[止]’ 비로소 ‘알[知]’수 있는가?
그 답은 먼저 알아야 비로소 멈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성적인 지지(智知)가 주관하고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이‘지(知)’가 바로 주인입니다.
반면에‘지(止)’는 손님이고 객관적이고 다스림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앞에 불이 있는 것을 보면 자동적으로 멈추어 서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지(知)가 주인이고 멈추는[止] 작용은 손님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으면 반응이 의식이나 뇌로 전달되어 먹는 동작을 멈추게 됩니다. 이럴 때는 지(止)가 주인입니다. 배가 불렀으니 이제 더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知]고 할 때의 지(知)는 손님이 됩니다.
...
이른바 “알고 멈추는[知止]”내명의 학문이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심리 상태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아니 더 나아가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로는 천자 곧 제왕에서부터 아래로는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깨어나서부터 다시 잠들 때까지의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잡념과 환상이 거쳐 가는지 이루 다 셀 수가 없습니다. 특히 떠올랐다가 사라져 버리는 각종 크고 작은 감정은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생각과 감정은 우리가 잠들어 있는 순간에도 마치 다면경(多面鏡)에 비춘 것처럼 각종 기괴하고 난해한 꿈으로 나타납니다.
그 누가 이런 생각과 감정을 맑고 고요하고 편안한 곳에 있는 그대로 늘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아마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답은 오히려 “할 수 있다”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알고 멈출[知止]” 수 있을지를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말합니다. “영웅은 천하를 정복할 수는 있어도 자기자신을 정복하기는 어렵다”라고요. 자신의 심사를 눌러서 평정(平靜)으로 돌아감으로써 노자의“기를 오로지하고 부드러움에 이르러 어린아이 같을 수 있겠는가[專氣致柔, 能창兒乎]”라는 말을 실천할 수 있으면, 점차 “지지(知止)”에 도달하고 나아가“명덕(明德)”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남회근, 『대학강의 : 남회근 저작선』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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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근의 대학강의 드디어 출간 (0) | 2014.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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