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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 그 진짜 뜻은?
파스칼의 트레이드마크 비슷하게 되어 버린 표현부터 하나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바로 ‘생각하는 갈대’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은 『팡세』를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개 한 번쯤 들어 보았음직하다. 그런데 어쩌면 독자 여러분들 가운데 파스칼의 의도를 약간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나도 그랬다). 일단 이 말이 등장하는 문단 전체를 한 번 보기로 하자.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것, 갈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그를 으스러뜨리는 데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 그를 죽이는 데 한 줌의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우주가 그를 으스러뜨린다 해도, 그는 여전히 그를 살해한 그것보다 고귀하리라. 왜냐하면 그는 그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우주가 그보다 유리한(우월한) 위치에 있다는(have advantage over) 걸 알지만, 우주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엄성은 전부 사유 안에 있다. 그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고양해야 한다.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러니 제대로 사유하도록 노력하자. 여기에 도덕의 원리가 있다.
Man is but a reed, the most feeble thing in nature; but he is a thinking reed. The entire universe need not arm itself to crush him. A vapour, a drop of water suffices to kill him. But, if the universe were to crush him, man would still be more noble than that which killed him, because he knows that he dies and the advantage which the universe has over him; the universe knows nothing of this.
All our dignity consists, therefore, in thought. By it we must elevate ourselves, and not by space and time which we cannot fill. Let us endeavour, then, to think well; this is the principle of morality.
나는 『팡세』를 읽기 전까지‘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을 오해하고 있었다. 그 말을 인간이란 워낙 생각이 많아 갈대처럼 갈피를 못 잡는 우유부단한 존재라는 뜻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독자들 중에도 분명 그런 식으로 생각했던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파스칼이 ‘갈대’를 통해 전하려 한 메시지는, 인간이란 사유하는 능력 외에 아무 힘도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스칼의 ‘갈대론’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던 데카르트의 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주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데카르트는 ‘생각’이‘존재’를 확증한다고 했지만, 파스칼은 여기에 더해 ‘생각’이 인간 존재를‘존엄’하게 만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을 데카르트 식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귀하다.
I think therefore I am noble.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선언 뒤, 바로 다음 문단에서 사유하는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논의를 더욱 밀고 나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매우 좋아한다.
생각하는 갈대.- 나는 공간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각의 다스림을 통해서 나의 존엄성을 추구해야 한다. 나는 토지를 소유하는 것으로는 어떤 이득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공간을 통해서라면 우주는 나를 하나의 원자처럼 포괄하고 집어삼킨다. 생각함으로써 나는 세계를 포괄한다.
A thinking reed.—It is not from space that I must seek my dignity, but from the government of my thought. I shall not have any advantage by possessing land. By space the universe comprehends and swallows me up like an atom; by thought I comprehend the world.
참으로 멋진 말이다. 현실의 우주 공간 안에서는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이지만, 생각의 힘으로는 우주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것, 너무나 황홀하지 않은가.
사이먼 정, 『철학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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