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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를 알아봐 주는 법​

관포지교의 역사 고사는 이 대목에 이르러서도 아직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장 오묘한 부분은 최후의 일 막입니다.

관중에게 죽음이 임박하자 제 환공은 적이 당황했습니다. 관중의 뒤를 이을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기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몸소 관중을 찾아가 병문안을 하면서 다급히 그에게 물었습니다.

만일 그대가 없어진다면 나는 누구를 찾아가서 그대의 임무를 맡겨야 좋단 말이오?”

그러고 나서 환공은 관중의 오랜 친구인 포숙아가 후임자로 어떠한지 물었습니다. 틀림없이 관중이 동의하리라 생각하고서 말이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관중은 단번에 반대하면서 포숙아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반대 이유인즉 포숙아는 호인이고 성품이 대단히 올곧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올곧은 호인은 사람의 됨됨이라는 면에서는 최고입니다. 하지만 대단히 복잡한 정치적 중임을 짊어져야 하는 재상의 자리는 올바름만 따지는 호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관중은 한평생 포숙아의 은혜를 너무 많이 입었습니다. 가난할 때에는 함께 장사해서 이익금을 나누면서 자기 실속을 차리게 해 주었고, 포로가 되었을 때에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고 거기다 제나라의 재상으로 추천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죽음이 임박했으니 그 높은 자리를 포숙아에게 양보해 주는 것이 맞는데, 뜻밖에도 제 환공의 면전에서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포숙아가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를 제 환공이 묻자 관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숙아는 무골호인인데 어떻게 시시각각 권모술수를 써야 하는 그런 아귀다툼을 벌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이 호인에게 재상의 자리를 맡긴다면 포숙아만 끝장나는 게 아니라 제나라도 무너지고 말 겁니다.”

사실 관중의 그 말은 정말로 포숙아를 아끼고 제 환공과 제나라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포숙아가 그 일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기쁘게 말했습니다.

관중은 정말로 나를 가장 잘 알아준 친구였어. 나는 확실히 그 직위를 감당하지 못해. 만약 맡았다면 아마도 내 목이 붙어 있지 못했을걸.”

그들이 나누었던 우정은 이처럼 진지하고 이처럼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함께 사업을 벌이는 동안, 포숙아만 관중을 추천했지 관중은 한 번도 포숙아를 추천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잘 지냈습니다. 진정으로 친구를 알아봐 주었던 부분도 통상적인 우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이야기하면서 앞부분 의 이익금을 나눈 대목에만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은 포숙아이고 자신은 영원히 관중이기를 희망합니다.

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맹자와 공손추 : 남회근 저작선 9

 


맹자와 공손추

저자
남회근 지음
출판사
부키 | 2014-03-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빚어낸 심성 수양의 근거와 이치를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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