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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흔하게 쓰는 종이돈, 즉 지폐는 동양에서 먼저 사용되고 발달했다는 걸 아세요? 세계 최초의 지폐는 11세기경 송나라에서 사용한 예금 증서인 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수백 년 뒤에나 지폐가 등장했죠. 화폐 유통이 활발했던 서양이 왜 지폐 사용면에서는 동양보다 뒤졌을까요? 『화폐 이야기 : 일곱 개의 키워드로 읽는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서양에서 동양보다 지폐가 늦게 등장하고 발달한 까닭은?
11세기 중국 송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발행된 지폐.
11세기경 송나라에서 정부에 의한 최초의 법정 지폐인 교자(交子)가 발행되었다. 이어 13세기 원나라에서는 강력한 국가 권력으로 엽전을 억제하고 교초라는 지폐를 유일의 공식 통화로 삼아 재정 문제를 해결했다. 명나라에서는 엽전과 지폐를 병용했고, 16세기에 유럽에서 막대한 은이 유입되자 세금을 은으로 납부하는‘일조편법(一條鞭法)’이 시행되면서 처음으로 은이 법화의 지위에 올랐다. 19세기 청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은화를 주조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유럽과 같은 근대적 지폐인 은행권을 발행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당나라 헌종(憲宗, 805~820 재위)은 구리가 심각하게 부족해지자 청동 주화 대신에 지폐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세계 최초의 지폐는 11세기경 송나라에서 사용한 예금 증서인 교자(交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는 수백 년 뒤에야 지폐가 등장했다.
화폐 유통이 활발했던 서양이 지폐 사용면에서는 왜 동양보다 한참이나 뒤졌을까. 피터 번스타인은 유럽과 아시아를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유럽에서 금화의 사용은 금을 민주화시켰다. 주화가 대중 사이에서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통치자들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들은 금의 아름다움과 금이 상징하는 권력을 즐겼다는 점에서는 서구인들과 같았지만 더럽고 비천한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는 화폐로 사용되기에는 금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대중 사이에서 유통되도록 금을 방출하면 국가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본 것이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Marco Polo)는 몽골의 지도자 쿠빌라이 칸(Khubilai khan)이 모든 거래를 지폐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보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고는 이를 일종의 마술처럼 생각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면 동양에서 종이 화폐가 이처럼 일찍 통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칸의 제국에서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지폐가 왜 그렇게 널리 통용되었으며, 마르코 폴로는 왜 칸이 그 돈으로 온 세상의 물건을 모두 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마르코 폴로의 “목숨을 잃는 형벌을 감수하면서 그 명령을 감히 거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는 기록에서 핵심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쿠빌라이 칸이 만든 지폐에 찍힌 그의 도장이 금이나 은과 같은 속성과 신뢰를 얻었던 이유는 그의 제국 안에서 그는 전능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칸의 지폐 유통 능력은 화폐의 가치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국가의 권력과 이에 대한 믿음이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서양의 지폐는 초기에 민간 은행이 발행한 어음이었던 반면에 동양의 지폐는 처음부터 국가가 발행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폐 발달에서 동서양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금속 주화와는 달리 내재 가치가 없는 지폐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폐로 수용되려면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강력한 왕권이 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었다. 서양은 사정이 달랐다. 서양에서 지폐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성숙된 환경이 필요했다. 서양의 왕들은 왕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종이에 숫자를 적어 놓고 화폐로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로 잘 아는 동업자들끼리 모여 자기네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체 지폐를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한 지폐 유통의 실험은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쳤고,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신뢰를 지키는 지혜를 익혔다. 하지만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지폐는 신뢰 확보가 쉽지 않아 주기적으로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정부가 나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장기간에 걸친 논란 끝에 지폐의 법정화와 중앙은행의 설립이 이루어졌다. 중앙은행은 금은을 보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 태환을 보장하는 증서를 발행해 이를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의 지폐로 이어졌다.
『화폐 이야기 : 일곱 개의 키워드로 읽는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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