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주식투자를 하지 않아도 주식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 주식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프랑스 혁명의 원인 중 하나가 주식 버블이었다는 사실은 아세요? 화폐 이야기 : 일곱 개의 키워드로 읽는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주식으로 대박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1690년대 당시 네덜란드는 유럽 금융의 중심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채권 시장을 통해 국채가 거래되고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암스테르담외환은행이 설립되어 신뢰할 수 있는 지폐를 발행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의 금융 혁신의 창의성은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의 발명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해상 무역권을 두고 포르투갈, 스페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네덜란드는 여섯 개로 흩어져 있던 인도 무역 선단을 하나로 묶어 규모를 키우고 항구적인 회사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United East India Company)가 설립되었다. 자금은 이 회사의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팔아 마련했다. 전국 각지의 상인들, 농민들 그리고 하인들까지 이 주식을 샀으며 1143명의 주주 가운데 대부분이 소액 주주였다. 조달한 금액은 645만 길더에 달했다. 이보다 2년 전에 설립된 영국의 동인도회사의 자본이 100만 길더에도 미치지 못했음을 볼 때 엄청난 성공이었다. 이 주식은 유통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었고, 1607년에 이르러서는 주식의 3분의 1이 소유자가 바뀌었다.

1608년에는 거래소가 세워져 종래 야외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12시와 2시 사이에 실내에서 거래되었다. 은행들은 동인도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인정해서 대출하고, 고객은 이 대출로 주식을 구입함으로써 주식과 신용 창조의 연계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해서 기업, 주식 거래소, 은행의 삼각 금융 연계가 완성되었다. 이 동인도회사는 1650년까지 원금의 8배에 달하는 배당을 지급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 혁명은 주식 버블로 시작되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 초상화.

반면에 프랑스의 경우에는 주식을 활용한 금융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암스테르담에서 금융의 혁신을 목격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로는 프랑스 왕실에 접근해 1718년 중앙은행인 왕실은행(Banque Royale)을 세웠고 1719년에는 미국, 인도, 중국에서 무역을 독점하는 서방회사(Compagnie d’Occident)를 만들어 프랑스 왕실의 재정 수요를 획기적인 금융 기법으로 충족시키려 했다. 주당 500리브르(livre,프랑스의 옛 화폐 단위)인 서방회사의 주식은 주식 투자 광풍으로 17202월에 15000리브르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는 화폐의 본질이 금이나 은이 아닌 공공의 신뢰라고 믿고 있었고 프랑스의 절대 왕정이 그러한 절대적 신뢰를 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서방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자 로는 왕실은행의 화폐 발행을 통해 서방회사의 주가를 지탱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1720년 프랑스 국민에게는 엄청난 투자 손실을, 그리고 정부에게는 막대한 부채를 남겨 놓고 은행과 회사 모두 문을 닫았다. 이는 역사적으로 주식 시장에서 인류가 경험한 최초의 버블이었다. 로의 무모한 시도는 프랑스인들에게 지폐와 주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게 했고, 이후 프랑스가 은행업과 주식 시장의 발전에서 이웃 유럽 국가들에 비해 뒤처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로가 더욱 어렵게 만든 프랑스 왕실의 재정 문제는 결국 프랑스 혁명의 단초가 되었다.

로의 사례는 한 개인의 화폐와 금융에 대한 아이디어가 역사의 진로를 바꾼 사례였다. 그것도 스코틀랜드 사람이 자기 나라도 아닌 프랑스의 역사를 바꾸었다. 로는 진정한 금융 혁명가였을까, 아니면 도박꾼에 불과했을까. 출중한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로의 선구적인 안목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를 단순한 도박꾼이나 사기꾼으로만 치부해 버리기는 어렵다. 마르크스는 로는 사기꾼과 선지자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라고 했고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매혹적인 천재다.”라고 했으며, 슘페터(Joseph Schumpeter)나는 항상 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겼다. 그는 탁월한 재능과 심오한 지식 체계로 경제학을 이해했고 이는 그를 일류 화폐 이론가로 만들었다.”라고 칭송했다.

화폐 이야기 : 일곱 개의 키워드로 읽는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중 발췌


화폐이야기

저자
김이한, 김희재, 송인창, 양원호, 유창연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8-2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화폐의 역사에서 지폐, 금융, 중앙은행, 기축 통화까지 돈을 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