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공부하는 이에게 : 남회근 선생의 당부

남회근 선생, “제일 좋은 것은 역을 공부하지 않는 것”

“"갖고 놀다 보면 얻는 바가 있다”

 

남회근 선생은  "제일 좋은 것은 역을 공부하지 않는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나봅니다. 남회근 선생의 말씀을 직접 들어볼까요.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제일 좋은 것은 역을 공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저처럼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꼭 공부해야겠다면 방법은 반쯤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역경』을 배워 제대로 통한다면 세상사가 재미없습니다.  문밖에 나설 일이 있어도 나가면 다칠 것이 뻔하니 나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왜 이런 걸 배워야 할까요. 그래서 제가 반쯤 배우는 것이 좋다고 한 겁니다.

그래도 역경을 공부하는 이에게는 남회근 선생은 공자의 말을 빌려 『역경』을 “갖고 놀다 보면 얻는 바가 있다”라든가 역을 “파고들지 않으며 다만 즐길 뿐”이라고 하여 역에 깊이 빠져드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이는 역학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심대하다는 말인 동시에 공자가 『역경』의 폐단에 대해 말한 것처럼 잘못하면 인생을 망쳐 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회근 선생은  『역경잡설』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시종일관 역을 공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가질 것을 강조합니다. 만사만물의 이치를 배우는 것은 그 원리를 파악해 인생을 좀 더 자재롭게 살기 위함인데 역학을 배워 앞날을 내다본다 한들 그것이 인생의 걸림돌만 된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지요.  또 점치는 방법에만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하며 저자의 관점이든 공자의 관점이든 너무 권위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이치를 깨달아야 하며 의문을 갖고 회의하는 학문적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합니다.

남회근 선생의 말씀을 좀 더 들어볼까요.

_ 역은 지혜를 일깨우는 것이다
인생이란 소요와 자재를 구하는 것입니다. 몸 불편한 데 없이 즐겁게 살다가 때가 되면 자식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훌쩍 떠나가야 합니다. 소강절과 같은 삶이라면 얼마나 고달프겠습니까? 전기상에서야 그렇게 맑고 고아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정말 괴로운 생활이었을 것입니다. 역사상 앞날을 내다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지 못했습니다. 『역경』을 배워 통하려면 머리가 맑고 지혜로워야 합니다.

_ 점치는 방법에만 매달리지 마라
점치는 방법에 관해 살펴보았는데, 원래 저는 신기한 것이 있으면 그냥 넘기지 않고 꼭 그 이치를 알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일단 이해하고 난 뒤에는 탐닉하지 않습니다. 위의 법칙들도 깊이 새겨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미신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신에 빠지지 말라는 것은 이 법칙에만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법칙을 활용하고 참고로 삼는 것이야 무방하지만 여기에 마음을 뺏겨서는 안 됩니다. 어떤 때는 이 법칙이 참으로 영험한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인 심리도 아마 이런 것일 겁니다.

_ 권위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역경』을 공부할 때는 각자 온갖 지혜를 다 발휘해야 합니다. 학문을 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오늘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내일이면 새로운 것이 나타나 뒤바뀔지 모릅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것도 참고자료가 될 뿐입니다. 단지『역경』의 연구 방법일 뿐이니 너무 여기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때는 옛사람의 견해에 대해서도 회의해야 합니다. 물론 어떤 한 부분에 대한 회의 때문에 전체적인 관점까지 폐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너무 경솔한 태도입니다.

_ 의문을 갖고 회의하는 것이 학문하는 자세다
공자의 「서괘전」에도 역시 그 나름의 해석이 있으나 공자의 해석을 높이 받들면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자는 어디까지나 공자요 나는 나입니다. 그렇다면 『주역』의 차례가 왜 이렇게 배열된 것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고금 인물들의 해석에 모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원인을 각 방면에서 찾고 있는 중입니다.   

- 남회근 저작선 7 『역경잡설』 본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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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잡설

저자

남회근 지음

출판사

부키 | 2013-03-1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역학은 비과학적인 미신일 뿐인가사람들이 점을 치는 이유는 뭘까....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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