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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숙직 풍경
학교나 관공서에는 ‘당직’이란 것이 있다. 평일 밤에 근무하는 것이 숙직이요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 낮에 근무하는 것이 일직인데, 공무원 생활을 하다 보면 별것도 아닌 숙직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다행히 지금은 학교와 관공서에서 대부분 당직 전담 직원이나 경비원을 채용해서 심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정말 힘들었던 숙직은 2006년 7월 초 중앙버스전용차로제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였다. 지금은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정착돼서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고 있지만 시행 초기에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처음 몇 주간, 버스전용차로는 전용차로대로 꽉 막혀 버스가 옴짝달싹 못하고 일반차로는 일반차로대로 정체가 돼 차들이 오도 가도 못 하는 사태가 계속됐다. 버스가 한 시간 이상 제자리에서 꼼짝을 못하자 성난 시민들이 시청 당직실로 빗발치게 전화를 했다. 당시 서울시청 본관의 당직자는 4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전화기는 8대가 있었다. 4명이 전화를 받고 있어도 4대의 전화는 계속 울렸고, 수화기를 드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시민들은 전화마저 늦게 받는 공무원을 용서할 수가 없어 쌍욕을 해 댔다.
물론 교통종합상황실을 별도로 설치해서 문제 해결에 힘을 쓰고 있었지만, 수많은 전화가 당직실로 걸려 왔고 화를 참다못한 시민들이 직접 들이닥쳐 항의를 했다. 공교롭게도 그 사태 직전에 서울시장이 기독교 모임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한 사건까지 겹쳐서 “서울시장님, 참 훌륭하십니다. 감동 받았습니다.”하는 목회자의 전화에다 “서울시가 개인 소유냐? 시장 바꿔?”하는 성난 시민의 전화까지 8대의 전화가 밤새 춤을 추었다. 당직실의 벽시계는 고장 난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고 날이 밝았을 때는 지옥에서 겨우 헤어난 기분이었다. (연공흠)
부키 전문직 리포트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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