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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에 핏덩어리가 섞여 나온다. 나쁜 증상인가?

생리대에 묻은 핏덩어리를 보면 얼굴이 파랗게 질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좋은 징후다. 출혈이 있을 때 우리 몸의 응고 인자들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보여 주려고 엉긴 핏덩어리를 변기에서 건져 작은 반찬통에 담아 오는 환자도 있는데, 선물을 주는 건() 고맙지만 엉긴 혈액이 나온다고 걱정할 건 조금도 없다.

혈액 응어리는 피가 어딘가에 고여 있다가 응고되었다는 것을 뜻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자는 동안 생리혈이 질 속에 고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때 피가 엉겨 있다가 아침에 몸을 일으키면 밖으로 나온다. 혈액 응어리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온 자궁내벽 조각인 경우도 많다. 어떤 때는 두 가지가 섞여 마리오에 나오는 굼바처럼 무시무시한 (하지만 대개는 무해하다) 모습이 되기도 한다.

산부인과 의사인 내 입장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혈액 응어리가 아니라 생리 중의 출혈량이다. 체리 탄산수가 콸콸 쏟아지는 음료수 판매대처럼 질에서 피가 액체 상태로 뿜어 나오는 게 생리대 위의 응혈보다 더 신경 쓰인다. 피가 엉겼다는 것은 출혈량이 보통 때보다 많다는 것을 뜻할 때도 있다. 응혈이 블루베리 크기인가? 포도 알 크기인가? 딸기? 레몬? 오렌지? 그레이프프루트? 메론? 일주일 내내 딸기만 한 핏덩어리가 계속 나온다면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만약 오렌지나 멜론만큼 크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덩어리가 섞여 있건 아니건 출혈이 심하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출혈이 심한 동시에 어지럽고 안색이 창백해지면, 또는 정신을 잃고 실신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응혈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몸이 본래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가끔 생리 중에 갈색 피가 나오는데...

생리혈이 갈색이라며 질겁하고 뛰어오는 환자들이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혈액이 대변으로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단지 시간이 경과했기 때문이다. 피가 자궁 혈관에서 빠르게 빠져나오면 밝은 붉은색을 띤다. (내 말을 믿어도 된다. 늘 보는 장면이니까.) 반면에 밖으로 나오기 전에 얼마 동안 자궁에 고여 있으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 분자 속의 철분이 파괴된다. 한마디로 혈액이 녹스는것이다. 대개는 양이 적을 때 자궁에서 갈색 피가 나온다.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리사 랭킨, 마이 시크릿 닥터 :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

 


마이 시크릿 닥터

저자
리사 랭킨 지음
출판사
릿지 | 2014-06-13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여자로 살아 온 내 인생의 모든 궁금증을 이 책이 해결해 주었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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