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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힘’은 어떻게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되었는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26. 11:52

‘얽힘’은 어떻게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되었는가!

 

양자역학은 20세기 과학사에서 최대의 난제였습니다. 기존 물리학의 결정론적 세계관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죠. “납득이 안 돼, 납득이~”의 경우랄까요. 그러나 세계의 위대한 과학자들과 지성들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고뇌와 대립, 치열한 토론과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결국 ‘양자 얽힘’이라는 우주의 불가사의한 참모습을 파헤쳤지요.

『얽힘의 시대』는 이런 위대한 과학자들의 열정어린 도전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번역자 노태복 선생은 편집자에게 양자역학의 전개 과정과 이론적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는데요(고맙습니다!), 독자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를 정리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물리학’의 혁명이 시작되다! : 상대성원리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물리학은 이른바 결정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즉 우주의 상태는 확정적으로 결정되어 있고, 다만 변수 값과 운동방정식만 알고 있으면 어떤 물리적 실체의 과거, 현재, 미래가 확실히 결정된다고 본 것이지요.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물리학’의 혁명이 시작됩니다. 어린아이들도 (내용은 몰라도 이름은)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절대적 시공간 개념을 부정하고 상대적 시공간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발상, 예를 들면 빠르게 움직일수록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것, 참으로 충격적인 이론이죠. 하지만 상대성원리는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관한 단일한 확정적인 원리에 따라 시공간 속에서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는지가 확실히 결정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결정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양자 현상’의 등장

상대성이론의 출현과 비슷한 시기에 양자 현상이 등장합니다.

전자가 어떤 에너지 준위(energy level)에서 다른 에너지 준위로 떨어지며 빛(전자기파)을 방출하는데, 이 빛의 주파수가 어떤 특정한 값들로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죠. 이러한 양자 현상은 기존의 고전적인 이론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는 연속적인 값이므로 전자가 어떤 특정한 에너지 준위만 갖고 그 이외의 값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양자 도약이라는 이 현상과 더불어 빛이 파동의 성질을 보이면서 동시에 입자의 성질을 보이는 현상 또한 고전적인 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역학의 탄생!

이런 상황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시하며 고전물리학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이론을 내놓습니다.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고 밝히는 이 원리에 따르면, 인식 주체에 의한 관찰 행위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양자 세계에서는 측정 행위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고유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속성을 지닌 입자가 존재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선언이었지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이후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습니다. 이 원리를 지지하는 사람들ㅡ하이젠베르크를 포함하여 이런 견해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보어까지ㅡ은 고전적인 물리 이론을 버리고 양자 세계의 현상을 새롭게 조명할 이론으로 양자역학을 제시했습니다.

양자역학은 절대적이고 결정론적인 지식이 양자 세계에서는 불가능한데, 이를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는 새로운 지식 체계로 삼고자 내놓은 이론입니다. 즉 양자 세계의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은 우리가 그 현상을 일으키는 더 깊은 지식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연이 원래 그런 양자적 현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 양자역학에 반기를 들다!

이러한 양자역학에 반기를 든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실재론을 따르는 사람이었죠. 비유를 들자면 ‘내가 달을 보고 있지 않아도 달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비유하자면 ‘내가 달을 보고 있지 않을 때는 달의 존재 여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내가 관찰을 할 때 달이 존재하느냐 여부가 의미를 갖는다’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인슈타인은 객관적 지식을 부정하는 양자역학에 불만을 품고서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기 위해 EPR 사고실험이라는 머릿속 실험을 제안합니다. 이 실험에서 아인슈타인은 유령과 같은 원거리 작용(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상대성원리에 따른 빛의 속력 한계를 넘어서 마치 순식간에 일어나는 듯 보이는 상호작용)을 하는 서로 얽힌 두 입자란 개념을 제시하지요.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런 불가능한 입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고 몰아세웁니다.

얼핏 아인슈타인이 마치 얽힘 현상의 실마리라도 내다본 듯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국소적 실재성(세계는 개별 존재들로 나누어질 수 있고 이 존재들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접촉 없이는 다른 존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성질)이라는 전제에 따라 이 원거리 작용이 불가능하니, 이런 불가능한 작용을 초래하는 양자역학이 불완전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지, 결코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

 

 

드 브로이, 슈뢰딩거, 봄 … ‘숨은 변수’로 양자역학을 설명하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을 기점으로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에 공감하면서 이 불완전한 이론을 완전하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드 브로이, 슈뢰딩거, 봄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죠.

이들은 기존의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숨은 변수’란 개념을 제시합니다. 기존 양자역학으로는 객관적으로 알 수 없는 양자의 상태를 드러내 줄 가상의 변수를 상정하고, 그 변수를 기존 양자역학에 포함시켜 양자역학을 재구성하면 양자역학이 완전한 이론이 된다는 발상이었죠. 미국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이 기존의 양자역학 해석에 반기를 들고, 양자 현상을 완전하게 기술하기 위한 비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아인슈타인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양자 얽힘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죠.

 

존 벨의 정리, 양자역학 검증 시대를 열다 

뒤이어 『얽힘의 시대』 책 후반부의 중심인물이기도 한 존 벨이 등장합니다. 그는 국소적 숨은 변수 해석이 양자역학의 예측과 맞아 떨어질지(쉽게 말해 기존의 양자역학이 옳은지 국소적 숨은 변수를 지지하는 국소적 실재론이 옳은지 여부)를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하게 해줄 정리를 내놓습니다.

이 정리는 부등식 형태의 정리로서, 만약 실험 장치를 적절히 구성해서 얻은 측정값을 이 부등식에 대입하여 부등식이 성립하면 국소적 실재론이 옳고 성립하지 않으면 기존의 양자역학이 옳음을 밝히게 해 주는 수단이 되는 것이죠. 존 벨의 정리로 인해 과연 어느 것이 옳은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국소성의 세계, ‘얽힘’의 세계가 열리다!

 

존 벨의 정리가 나오자 열정적인 신예 실험물리학자들이 벨 정리의 검증에 결사적으로 매달립니다.

차일링거, 혼, 홀트, 아스페 등 많은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 결국 벨의 정리대로 기존의 양자역학 해석이 옳고 국소적 실재론이 틀렸음이 증명되습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 등이 너무나 당연한 입자의 원리라고 보았던 국소성(분리 가능성)의 개념이 부정되고 비국소성의 세계가 열린 것이며, 양자 얽힘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실험적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 양자 얽힘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고, 아울러 에케르트의 연구로 이런 양자 얽힘이 실제로 암호 작성에 응용될 수 있음이 드러납니다. 또 파인먼이 주창한 양자 컴퓨터의 제작에도 이 양자 얽힘이 근본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답니다.

 

국소성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비국소성이라는 자연의 참된 본질이 양자 얽힘이라는 현상을 통해 드러났음을

한 세기에 걸친 위대한 과학자들의 고뇌와 모색, 그리고 열정을 통해 그려 내고 있는 책이 바로 『얽힘의 시대』입니다.

 

 


얽힘의 시대

저자
루이자 길더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9-24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양자 물리학의 역사를 한 편의 대하 다큐멘터리로 만들다[얽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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