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난 결혼만 하면 되는 건가! : 『우리 아기 이렇게 키워 주세요』 편집자노트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 아니야!
『우리 아기 이렇게 키워 주세요』 편집자노트
누구든 한 번쯤 이런 류의 책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먹고 사느라 바쁜데,
얼마나 더 미치라는 건지 보기만 해도 정말 ‘미추어’ 버릴 것 같은 책들!
그런데 『우리 아기 이렇게 키워 주세요』를 편집하며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20대보다 더 바쁜 존재가 있다는 사실,
그것은 바로 ‘엄마’.
엄마가 들려주는 태교동화
엄마표 유아영어 365
조물조물 엄마표 재활용 교구 놀이
보통 엄마의 천재 아이 교육법
똑똑한 엄마는 초등부터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공부 못하게 만드는 엄마, 공부 잘하게 만드는 엄마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 …
엄마가 들어가는 책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다!!
아기도 없고 시집도 안 간 처녀의 몸으로 육아 책을 편집하게 되어 관련 도서를 자주 찾게 되었는데, 책을 찾아볼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는 혼자 낳나? 왜 엄마한테만 이래라 저래라야!
난 음식도 못하고 영어도, 수학도 재미없고, 좋은 선생님을 이길만한 좋은 엄마가 될 자신도 없는데. 난 안 될 거야…
(그중 담당 편집자를 멘붕 상태로 몰아넣은 책은 ‘수학 100점 엄마가 만든다’ 였다.)
물론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미 결혼을 해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 중에서 육아가 쉽다고 말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육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친구들은 좀 나았다.
커리어에 공백이 생기면 재취업이 어려운 친구들이나 현실적인 이유로 맞벌이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텐데...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을 하자니 아기가 눈에 밟힐 것 같고,
아기를 돌보자니 일을 다시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어릴 때의 부모와의 관계가 평생을 좌우한다던데…. (아직 닥친 일도 아니지만)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두렵기만 하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불안함을 느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부모님께 아기를 맡기자니 괜히 죄송스럽고,
어린이집에 맡기자니 섬세한 케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고….
이런 엄마들을 위해 저자는 꼼꼼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만난다면 안심하고 아기를 맡길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친정이나 시댁에 아기를 맡긴 후 미안한 마음에 원하는 육아 방식이 있거나 갈등이 생겨도 말 못하고 엄마만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데 베이비시터와 함께 아기를 키우면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어 엄마가 원하는, 엄마에 가까운 육아가 가능하다고...
사실 따져보면 엄마라고 완벽한 육아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첫아기를 출산한 엄마라면 육아 과정 자체가 시행착오의 기간이라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게다.
이럴 때는 오히려 육아 경험이 많은 전문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엄마의 사랑과 베이비시터의 경험이 더해지면 오히려 아기에게는 최선의 육아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저절로 자라지 않는 것처럼 좋은 베이비시터도 어쩌다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준비한 만큼 좋은 베이비시터를 만날 수 있다. 필요한 건 걱정이 아니라 준비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책에서 엄청 꼼꼼하게 다루고 있으니 기대하시라!)
아기를 키우는 데에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한다.
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엄마처럼 아기를 함께 키워 줄 베이비시터를 만난다면 일과 육아 모두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편집하면서 아기를 낳으면 뭔가를 포기해야만 할 것 같았던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이 조금은 덜어진 기분이다.
양육은 양보다 질이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으며 아기와 함께 하는 것보다 베이비시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맡기고, 엄마는 엄마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기에게도 좋다.
이렇게 편집자 노트를 쓰다 보니 왠지 육아의 달인이 된 기분!
이제 그럼 난 이제 결혼만 하면 되는 걸까?
2012년 8월 7일
지금 낳아도 노산이라는…
『우리 아기 이렇게 키워 주세요』 편집자 이고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