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문외한, 고전의 매력에 빠지다!
고전 문외한, 고전의 매력에 빠지다!
『중국문화 만담』 마케터 노트
언젠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꽤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아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삶의 원칙이랄까 지켜야할 자세 등은 지식의 많고 적음이나 ‘가방끈’에 있지 않다는 내용인가 보다, 정도로 이해하고 참 딱맞는 말이다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바르고 고운 말을 쓰자’라거나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등의 이야기는 꼭 어린 시절에만 지켜야할 것들이 아니니까요.
중국의 어린 아이가 외웠던 『주자치가격언』
『중국문화 만담』에서 남회근 선생도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회근 선생은 명나라 때 주용순이 지은 저서 『주자치가격언』의 문구를 일일이 암송하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아닌 쟁쟁한 은행가, 기업가, 경영대학원 학생 및 교수, 국학 연구자들 앞에서요.
남회근 선생의 표현에 의하면 『주자치가격언』은 예전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여덟 살 되던 때부터 외웠던 것이며, ‘바로 이 글로 청나라가 사억의 중국인을 근 삼백 년이나 통치했’다고 단언합니다. 그만큼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지요.
살펴보니, 그야말로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만큼 현대인이 잊고 있는 인생의 자세, 삶의 원칙이 아닌가 싶었어요.
혹시 당신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요?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주자치가격언』의 문구에 더해 남회근 선생의 온화한 말씀이 21세기 오늘을 살고 있는 저를 뒤돌아보게 했어요.
어쩌면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들, 잊고 있던 것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히 이런 부분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그릇은 질박하고 깨끗하면 되니 질그릇이 금이나 옥보다 낫다[器具質而潔, 瓦缶勝金玉]”
남회근 선생의 말씀 : 집에서 사용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는 안 됩니다. 쓰기 좋고 깨끗하면 그만입니다.
(이것이 꼭 그릇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내용보다는 화려한 겉모습에 더 신경 쓰는 것, 요즘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지름신이 강림했다’며 옷에 옷을 더하고, 신발에 신발을 더하고, 욕심에 욕심을 더해서 더욱 그랬을까요?)
“뜻밖의 재물을 탐하지 말고[勿貪意外之財]”
남회근 선생의 말씀 : 탐내지 말아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많이 얻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눈만 뜨면 누가 얼마 벌었네,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대박이 났네, 하는 뉴스가 일상이어서 그럴까요? 노동의 대가가 신성하긴 개뿔, 괜히 어디서 눈 먼 돈 안 떨어지나, 확률상으로는 0에 수렴하겠지만 분명 누군가 되는 사람이 있으니 로또나 사볼까 실속 없는 궁리를 하는 것, 이제는 말아야겠어요.)
“물건을 지고 다니며 파는 사람에게는 싸게 사려고 하지 마라[與肩挑貿易, 毋佔便宜]”
남회근 선생의 말씀 : 행상인이 집에 오면 싸게 사려고 에누리하지 마십시오. 그런 사람은 할 게 아무것도 없어 장사를 하니 그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속이는 게 뻔히 보인다고요? 그럼 속아 주지요. 그 사람도 돌아가서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이건 좀 뿌듯한 구절이었어요. 백화점에 갈 때는 브랜드 할인이 언제 되는지 파악하기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괜히 “좀 더 주세요”라거나 “좀 깎아주세요”라거나 하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백화점에서 못하는 이야기를 더 처지가 어려운 이웃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고전에도 있는 말이었군요!)
“가난하고 어려운 친지나 이웃을 보면 반드시 따뜻이 대하라. 각박하게 집안을 이루면 오래 누리지 못한다[見窮苦親隣, 須多溫恤. 刻薄成家, 理無久享]”
남회근 선생의 말씀 : 사람됨이 관대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많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특히 큰 기업체 사장이라면 직원들에게 각박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오래 누리지 못하고 응보를 받게 됩니다.
(남회근 선생이 기업가, 은행가, 경영대학원 학생 및 교수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서일까요, 유난히 현대 기업가의 행태에 대해 꾸짖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문구, 여러분의 회사 사장께서 각박하다면 은근슬쩍 한 번 써보시라고...)
세력을 믿고 약한 사람을 깔보거나 핍박하지 말며, 음식에 욕심을 부려 살아있는 것을 마구 죽이지 마라[勿恃勢力而凌逼孤寡, 毋貪口腹而恣殺牲禽]”
남회근 선생의 말씀 : 자기가 돈이 있고 지위가 있고 세력도 있다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맛있게 보인다고 마구 죽여서도 안 됩니다.
(앞의 말이야, 정말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물론 현실에선 그런 상황이 넘쳐납니다만,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그게 현실이야,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이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았던 건 요즘 식탐이 늘었기 때문이에요. 다이어트에도 고전 구절이 도움이 된다니 놀라운 발견이랄까요.)
“일로 인해 서로 다투니 나를 비난하는 자가 옳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因事相爭, 焉知非我之不是]”
남회근 선생의 말씀 :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길 때 반드시 상대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스스로를 반성해 잘못된 곳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거 참 어렵죠?)
고전에 문외한인 웹이 읽는데도 별 부담 없는 책이었어요.
남회근 저작선 중 『중국문화 만담』이 어쩌면 가장 쉬운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혜롭고 인자하며 말솜씨까지 좋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요. (하지만 그 의미까지 가볍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고전의 지혜와 역사적 경험을 빌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하나 자신할 수 있는 건,
이 책 어느 페이지를 펴든 간에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리는 구절 하나는 반드시 발견할 거라는 것,
그 구절이 오랫동안 남을 거라는 것.
아직 남회근 선생과 만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중국문화 만담』으로 첫만남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2012년 8월 1일 도서출판 부키 마케팅부 웹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