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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으로 대동단결! 사랑해요 다카노 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4. 10:46

미도리 팬심의 힘이 대단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루키를 좋아해 그의 작품을 원서로 읽겠다는 팬심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에 빛나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하니.(아아, 나도 영어권 작가를 그리 좋아했다면 영어 능통이려나. 그럴 리가.) 직접 본 미도리의 팬심은 상상 이상이다. 이번엔 『요통 탐험가』 저자 다카노 히데유키 선생에게 꽂힌 모양인데 이건 뭐 선생의 메일 한 문장 한 문장에 ‘꺄악’ ‘꺄악’ 하며 기뻐하고, 다카노 히데유키 선생의 블로그에도 슬금슬금 들어가 일상을 엿보고 아주 오래된 팟캐스트까지 들었다고 한다. “다카노 쌤 목소리 너무 좋아요”해서 알았다.편집자가 그 책의 저자를 좋아하는 건 독자들에겐 정말 행운이다. 모든 편집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애정과 공력을 들여 책을 만들겠지만 저자를 좋아한다면, 심지어 처음엔 잘 모르다가 겪을수록 더욱 좋아한다면 그 책에 얼마나 공을 들이겠는가.『요통 탐험가』 편집자 노트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팬클럽 결성을 촉구하는 듯한’ 격한 팬레터를 보내왔다. ‘자신이 소심하다’고 여기는 다카노 선생이 구글번역기에 이 글을 돌려 띄엄띄엄이라도 읽는다면 아마 가슴이 벌렁거릴지도 모른다. <편집자 주>

『요통 탐험가』 편집자 노트  팬심으로 대동단결! 사랑해요 다카노 쌤!

 (미도리가 모아 놓은 다카노 히데유키 선생의 사진. 역시 팬심은 무섭다. 이것 말고도 엄청 있다.)

먼저 가열차게 외치고 이 글을 시작하련다.

사랑해요 다카노! 우윳빛깔 문장들! 함께해요 요통탐험!

흠흠. 미도리가 요런 상태가 된 건 『요통 탐험가』를 만나고 나서다.

차분하게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다.(처음부터 너무 흥분했어)

 

사실 『요통 탐험가』와의 첫 만남은 뜨뜻미지근했다.

요통이 없는 나는 ‘요통? 그게 뭥미?’ 상태였기 때문.

그러나 원고의 첫 페이지를 다 읽기도 전에 나는 늪에 빠져 버렸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다카노 히데유키 쌤이라는 늪에!!

‘아니 이 쫀득쫀득한, 곱씹을수록 똘기 넘치는 문장들의 정체는 뭐지?

이 작가는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요런 문어 빨판처럼 흡입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거임?‘

이런 생각이 발단이었다.

지독한 스토킹 아니 팬질의 시작은.

‘아아 그를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에 다카노 쌤의 뒷조사 아니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다카노 쌤의 빨판에 사로잡힌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이미 국내에 출간된 『와세다 1.5평 청춘기』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등의 도서의

웹서점 서평엔 그의 차기작을 기다리며 울부짖는 동지들이 있었던 것!

(아, 반가워라 여러분 여기 다카노 쌤의 새 책이 나왔어요! 『요통 탐험가』가 나왔다고요!)

게다가 우리의 미미 여사님(미야베 미유키 님)께서는 친히 “모험심을 잃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가!“  ”그의 글을 읽고 싶어서 가슴이 뛴다!“며 다카노 쌤에게 찬사를  퍼부어 주신 게 아닌가. (역시 여사님 우린 통해요 ㅠ.ㅠ)

다카노 쌤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그의 글을 편집하면 할수록 내 마음속에선 점점 애정이 커져갔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그러다 문득 다카노 쌤의 메일 주소를 알게 되고, 그와 얘기를 나눠 보기 위해 아니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국어판 서문을 받기 위해 다카노 쌤에게 메일을 보냈다.

팬심으로,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 찬 메일을 발송하고 몇 시간 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시장 조사차 교보문고에 갔었더란다.

열심히 책들을 살펴보는데 핸드폰에서 진동이 왔다.

“뭥미?” 하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앗! 이.. 이건 다카노 쌤의 답장!!’이 아닌가.

 

혹시 보신 적이 있는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깨춤을 추는 말만 한 처자를?

 

아무도 본 사람이 없길 바라지만, 누군가 보셨다면 네 그게 바로 접니다, 미도리

‘엄청’나게 ‘친절’하고 ‘지적’이며 ‘다정’하기까지 한 어조로

『요통 탐험가』의 한국어판을 기대하고 있겠다며 한국어판 서문 청탁까지 선선히 수락해 주셨다.

 

이 메일을 받은 뒤로 쌤에 대한 나의 애정은 아우토반을 달리는 포르쉐처럼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기세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식상한 비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랬어요!!) 그리고 그 애정은 고스란히 『요통 탐험가』의 편집 과정에 스며들었다.

 

다카노 쌤과 10여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그냥 팬질만 한 게 아니어요. 더 나은 한국어판 원고를 위해 열심히 궁금한 점들을 여쭤 봤다고요.) 어쩌다 보니 원문의 오류를 잡아내기도 했고,

그러다 다카노 쌤에게 ‘스바라시이(すばらしい) 편집자’라고 칭찬을 듣기도 했다.

비록 콘돌 부장께 “그거 욕 아냐?”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다카노 쌤의 이 칭찬으로 앞으로 10년간은 편집 일을 하면서 어떤 난관이 닥쳐도 기꺼이 이겨낼 힘을 얻은 기분이었다.

 

팬심이 지극하면 성취감도 지극한가 보다. 『요통 탐험가』가 출간된 지금은 이 책의 표지를 크게 인쇄해서 등짝에 붙이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외치면서!

여러분 여기 완전 볼매남 다카노 쌤의 기똥차게 재밌는 원고가 담긴 ,

최고의 능력자가 디자인하고 편집자가 최선을 다한, 이 책을 읽으세요!

웃다가 허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고슴도치의 제 새끼를 품는 애정과 소녀 감성 팬질이 결합하면 이런 부끄러운 문장도 서슴없이 쓸 수 있나 보다. 그래도 이 기분은 한번쯤 누군가의 재능을 진심으로 아껴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해 주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팬질 노트' 아니 편집자 노트를 마친다.

 

2012년 7월 2일 부키 기획편집부 미도리 씀

 


요통 탐험가

저자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7-0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오지 탐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좌충우돌 코믹 투병기. 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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