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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역외 시스템이 경제를 갉아먹는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6. 15. 14:01

 '조세 피난처'란 '국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며, 그 거주자 국가의 사법 권역의 바깥, 즉 역외(offshore)에 위치한 공간입니다. 역외는 세율이 낮거나 아예 영셰율이기도 하며 자유로운 금융 거래가 허락된 시장으로 자국 사법 체제의 지배를 받는 '역내'와는 구별되는 곳이죠. 즉 조세 피난처는 개인이나 법인에게 조세, 금융 규제, 형법, 상속  규정 등과 같은 사회 의무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 줍니다. 따라서 조세 피난처를 한마디로 하면 '역외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사법 체제'를 뜻합니다.

그런데 니컬러스 섁슨은 『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를 통해 이러한  ‘글로벌 역외 시스템’이 전 세계적인 범죄의 온상을 탄생시켰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가능케 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글로벌 역외 시스템, 금융 위기를 키운 인큐베이터

조세 피난처는 부자나라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있고, 심지어 스스로 조세 피난처로 전환한 국가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글로벌 역외 시스템은 전 세계적인 범죄의 온상을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2007년 이래 최근의 금융 경제 위기를 발생시킨 핵심 요인의 하나였다.

 일단 간단히 요약해보자.

첫째, 역외 시스템은 금융 대기업들에게 “공짜로 규제 벗어나기” 카드를 제공했다. 금융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러한 경로 덕분에 금융 회사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지위를 획득하고 워싱턴과 런던의 정치 기득권을 장악할 수 있는 권력을 얻게 됐다.

둘째, 비밀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금융 규제 수준을 낮추면서 금융 시스템의 폭도처럼 행동했고, 다른 역내 금융 체제 국가들까지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극한적인 ‘경쟁’으로 몰아넣어 지속적으로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셋째, 전통적인 국가 통계 방식으로는 대부분 잡히지 않는 거대한 국제적 불법 자금 흐름은 미국과 영국 같은 재정 적자 국가들에게 대규모 자금 순유입을 가져왔으며, 이는 위기를 뒷받침했던 글로벌 거시 경제 불균형을 눈에 띄게 심화시켰다.

넷째, 역외의 혜택은 기업들의 터무니없는 차입을 조장했고 차입금의 규모마저도 은닉할 수 있게 했다.

다섯째, 기업들이 세제, 규제 및 비밀주의 등의 이유로 전 세계의 조세 피난처 곳곳에서 금융 업무를 산발적으로 전개하다 보니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시스템이 등장하게 됐다. 이는 다시 역외의 비밀주의와 혼합되어 규제 당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시장 참여자 상호 간의 불신을 조장해 급기야 금융 및 은행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물론 역외 시스템이 직접적으로 금융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역외 시스템은 위기를 가능하게 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역외 금융 전문가인 잭 블럼(Jack Blum)의 설명을 들어 보자.

"역외 피난처가 현 금융 위기 발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의사들이 다수의 신진대사 관련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치료할 때 겪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여러 증상을 치료하더라도 여전히 질병 자체는 치료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당뇨병은 콜레스테롤 수치 이상과 고혈압을 비롯한 온갖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질병과 관련한 개별적 측면도 너무나 많고 증상을 치료할 방법도 여럿 있다. 역외가 촉발한 문제도 본질적으로 이러한 신진대사성 질병과 유사하다. 근원을 파고들면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은행가들은 규제와 조세를 회피하려 했고 산업 경제를 흉내 내서 은행업을 고성장 사업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 『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 중에서 발췌 재구성 

 


보물섬

저자
니컬러스 색슨 지음
출판사
부키 | 2012-06-13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역외 비즈니스를 벌이는 무대인 조세 피난처들은 지금 글로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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