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할 책, 어떻게 결정하는가
시시콜콜 출판 상식 4 : 출판사는 어떻게 출간할 책을 결정하는가
무책임한 말이지만 그 때 그 때 달라요!
이 썰렁한 부키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happyadel 님께서 방명록에 이런 질문을 남겨주셨어요.
책에 관심이 많아 어쩌다 부키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진짜 사무실 풍경에서 풍기는 인간미에 끌려 맨날 출첵하는데요~
요즘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를 아주 흥미롭게, 어떤 부분에선 제 가치관을 더욱 확고히 해 주기까지 하면서 읽고있다가
궁금한게 생겼어요.
예를 들어 말하자면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라는 책을 부키에서 출판하셨는데~
출판을 하는 책은 어떻게 선별하게 되는 건가요?
회의할때 누군가가 이런 책이 있던데 이거 우리 회사에서 출판해요!!!하면
심의를 거쳐 통과가 되면 그렇게 출판하게 되는건가요?
부키 블로그 다니다 이 책을 만나 이런 현실을 알게 되어 참 고맙구나..하다가
그럼 이 책을 어떻게 부키에서 출판하게 됐지? 하며 생각하다가 궁금해서 글 남겨요~
부키님~~~~설명해 주심 감솨용~~~~
내용이 재미있진 않지만 방명록에 덧글로 달기엔 너무나 길어서 개점휴업 상태였던 시시콜콜 출판 상식을 간만에 업데이트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짧은 답은
회의할때 누군가가 이런 책이 있던데 이거 우리 회사에서 출판해요!!!하면
심의를 거쳐 통과가 되면 그렇게 출판하게 되는건가요?
라는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물론 '심의'는 아니고 의논이지요.
다른 출판사는 어떨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부키의 경우 매주 1회 기획 및 아이템 아이디어 회의가 있습니다.
이 회의에서 사람들은 출간 아이템도 내고, 아이디어 수준의 이야기도 하고 안을 낸 당사자로서는 꼭 하고 싶은 기획안을 제출합니다.
(그러니까 대출 설명하자면
안마의자를 사자, 이런 건 아이디어로 낸 것이(안마의자는 부키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안마의자로 일의 능률이 더 오른다, 막 이러면서) 통과된 것이고
요즘 이런 이런 것이 필요한 것 같더라, 이런 내용의 책을 내면 어떻겠느냐 하면 아이템 수준,
이런 이런 책이 있다(외서의 경우) 아니면 이런 저자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이거 내면 좋겠다 - 이러면 기획안 인데요..
더 확실하게는 안을 낸 사람이 아이디어 라고 하면 아이디어, 아이템이라고 하면 아이템, 기획안이라고 하면 기획안입니다. 이런 무책임한 답변이라닛!)
그 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바로 통과되어 진행되기도 하고,
설사 많은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도 당사자가 꼭 하고 싶은 거라고 이 기획안을 통과해야 할 이유를 잘 말하면 진행되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은 모두가 별로라고 해도 사장께서 좋아! 하면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만장일치제도 다수결 원칙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기획회의에서 결정할 필요가 없는, 누구나 꼭 내고 싶어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장하준 교수께서 저자라면, 기획회의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일이 없지요. 장하준 교수의 저작물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 기쁠 따름이지요.
이런 기획안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같은 외서도 있고, <미스터 퐁 과학에 빠지다> <클래식 사용설명서>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같은 국내 저자가 쓴 국내서도 있습니다.
국내서 출간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부키의 편집자(혹은 기획자)가 어떤 종류의 어떤 내용의 책을 만들고 싶어서 저자를 물색하는 것입니다. 그 저자에게 이런 책을 한 번 내어보지 않겠느냐 해서 그래, 해보자 하면 그 때부터 원고 작업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자를 찾는 건 출판사 사람들에겐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문기사를 살피고, 각종 인터뷰도 보고, 블로그도 뒤지고... 이 또한 독자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또 독자에게 필요한 책을 잘 집필할 저자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지요.
(때로는 술자리에서 때로는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니 출판사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론은 그런데 실제로도 그런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다른 하나는 완성된 원고를 저자가 출판사에 출간을 의뢰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 원고로 해당 분야의 담당자가 1차 검토한 후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기획회의에 올려 의논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경우에도 저자의 초고를 그대로 살려 출간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더 좋은 책으로 만들기 위해 편집자와 저자가 의논해가며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미 부키에서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 저자의 경우 자연스럽게 담당 편집자와 후속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책의 원고가 탄생되기도 하지요.
자, 그러면 외서는 어디서 찾아요? 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겠지요.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기초 자료를 보내주면, 부키의 저작권 담당자(우주보안관)이 일차로 괜찮아보이는 외서를 뽑아 기획회의 때 자료로 돌리고, 이를 토대로 원서를 직접 검토하거나 검토하지 않거나를 결정합니다만, 편집자에 따라 각국의 아마존에서 자신이 흥미로운 주제로 계속 검색해서 직접 책을 검토하기도 한답니다.
충분한 답이 되었을까요?
우물 안 개구리라서 다른 출판사는 어떤 식으로 책 출간을 결정하는 지 잘 모릅니다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반짝 반짝 빛나는>에서도 대충 이런 식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 같더군요.(TV에 나오는 건 다 믿는다,는 아닙니다.)
앞으로도 출판과 관련해서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방명록 등에 올려주십시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대답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용감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