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2. 시내편
부키에서 막내 1~2등을 다투고 식신으로도 1~2등을 다투는 저작권 담당 우주보안관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야기는 눈꼽 만큼 들려준 후(도서전참관 또한 먹는 얘기 소품 얘기가 반) 바로 시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습니다. 자신도 찔리긴 하는지 37% 부족한 출장기,라고 하네요. 하하하. 그건 제목에선 뺐습니다! 2%도 아니고 37%나 부족한 글을 이웃들이 안 보시면 어쩌나 하고요. 하긴 책보다는 여행, 이 더 즐거운 분들도 많으실 테니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즐겨주세요!<편집자 주>
프랑크푸르트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2. 시내편
오후에 잠깐 점심 먹으러, 국내 저작권 에이전트와 저녁 먹으러 나가 시내 좀 걸었지요.
가이드도 없고, 가이드북도 없고, 유일하게 프랑크푸르트에 가본 적 있는 우주보안관은 가난뱅이 시절 파리발 프랑크푸르트행 기차에서 만난 (프랑크푸르트에서 일하는)프랑스인 아가씨 집에서 샤워하고 괴테 하우스 구경하고 수퍼마켓에서 빵이랑 물이나 사먹다 손 떨면서 리코더 지른 게 경험의 전부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aupt-bahnhof의 여행 안내소Tourist Information에 들러 시내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를 얻었어요. 처음엔 중앙역까지 걸어가보았는데 콘돌과 미남자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더랍니다.

살 만한 도시 프랑크푸르트
미남자와 콘돌의 대화
미남자: 길에 사람이 없어요.
콘돌: 인구 밀도가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람이 살만 한데. 프랑크푸르트는
진짜 도시네. 보도로 올라온 자동차가 한 대도 없네.
(퀴즈: 콘돌은 이때 어떤 책을 염두에 두고 얘기했을까요?
맞추시면 우주보안관이 300원 쏠지도)
미남자: 어쿠, 이 사람들은 벌써 코트를 입네. 봐봐. 저 사람도, 저기도.
어유, 저 사람은 아예 오리털 점퍼를 입었네.
콘돌: (근심스럽게)아니, 얘들은 벌써 저런 걸 입으면 겨울엔 뭘 입으려고
그래?
우주보안관: (키득대며)부장님, 독일 사람 겨울옷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콘돌: (쑥쓰럽게 웃으며)응, 걱정되네.
콘돌은 다정한 남자.
(이건 편집자 보기엔 아부! 우주보안관은 각성하라!)
미남자 : 뛰는 사람도 하나도 없어. 하나도 안 뛰어. 바쁜 일이 없나 봐.
다들 너그러워. 아주 여유로워. 건물도 큼직큼직한데 멋내서 짓고.
우리 같음 이렇게 뻥 뚫리게 안 짓지.
(우주보안관이 한 마디 끼어들려는 찰나)여긴 다들 먹고 살 만하죠?
콘돌 : 먹고 살 만한 게 아니라, 우리보다 한참 잘 살지.
(회한 섞인)참, 복 받은 나라다.
(퀴즈: 다음 중 위 대화에 어울리는 책을 고르시오. 맞추시면 990원)
_ 이라는데요, 돈 받을 방법은 없을 겁니다. ㅋ(편집자 주)
①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② <쾌도난마 한국경제>
③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④ <국가의 역할>⑤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





모르는 것도 한참 보면 알게 된다?
아, 네에.
화재에 전쟁에 오만 일을 겪었다는군요. 그래서 그런가 기본적으로는 고딕양식이지만 그 외 갖가지
양식이 뒤섞인 모양새더라고요. 멋있었어요. 제가 또 천장 높은 건물이라면 닭살 돋게 좋아하는데,
시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들어가봤을 거예요. 아쉬워요.

돔은 지금도 보수 공사가 한창이에요.


Hauptwache역에서 내려 뢰머 광장 근처로 이르는 길엔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잔뜩 있어요. 가게도 많고, 백화점도 있고. 하지만 쇼핑엔 태생부터 재주가 없는 저는 신발도 가방도 못 사고, 리코더 가게는 가는 길이 기억 안 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서전에서 사온 조그만 기념품은 한국 와서 돌아보니 죄다 'Made in France'. 그래도 괜찮아요, 제 리코더는 독일이 고향이거든요 :)



사과 와인과 족발!



프랑크푸르트는 그리 신나는 관광지도 아니고, 사람 구경하기 좋은 데도 아니고,
그렇지만 마음은 편한 곳이에요. 공기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숨가쁘지 않고,
상업도시인데도 주거도시처럼 평온한 기분이 들죠(실제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벅찬 도서전 기간이 그래도 평화롭게 기억되는 건 프랑크푸르트의 그 분위기 때문일 겁니다.
"도시는 프랑크푸르트가 좋고, 여자는 파리 여자가 예뻐."
콘돌 님. 그거 키 때문인 거 다 알아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