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 일상다반사/남의책이야기

프랑크푸르트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2. 시내편

cizifus 2011. 10. 24. 09:40

부키에서 막내 1~2등을 다투고 식신으로도 1~2등을 다투는 저작권 담당 우주보안관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야기는 눈꼽 만큼 들려준 후(도서전참관 또한 먹는 얘기 소품 얘기가 반) 바로 시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습니다. 자신도 찔리긴 하는지 37% 부족한 출장기,라고 하네요. 하하하. 그건 제목에선 뺐습니다! 2%도 아니고 37%나 부족한 글을 이웃들이 안 보시면 어쩌나 하고요. 하긴 책보다는 여행, 이 더 즐거운 분들도 많으실 테니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즐겨주세요!<편집자 주>

 

 

프랑크푸르트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2. 시내편


 

오후에 잠깐 점심 먹으러, 국내 저작권 에이전트와 저녁 먹으러 나가 시내 좀 걸었지요.

가이드도 없고, 가이드북도 없고, 유일하게 프랑크푸르트에 가본 적 있는 우주보안관은 가난뱅이 시절 파리발 프랑크푸르트행 기차에서 만난 (프랑크푸르트에서 일하는)프랑스인 아가씨 집에서 샤워하고 괴테 하우스 구경하고 수퍼마켓에서 빵이랑 물이나 사먹다 손 떨면서 리코더 지른 게 경험의 전부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aupt-bahnhof의 여행 안내소Tourist Information에 들러 시내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를 얻었어요. 처음엔 중앙역까지 걸어가보았는데 콘돌과 미남자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더랍니다.


 


살 만한 도시 프랑크푸르트 

 

미남자와 콘돌의 대화




미남자: 길에 사람이 없어요.


콘돌: 인구 밀도가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람이 살만 한데. 프랑크르트는 

진짜 도시네. 보도로 올라온 자동차가 한 대도 없네.


(퀴즈: 콘돌은 이때 어떤 책을 염두에 두고 얘기했을까요? 

맞추시면 우주보안관이 300원 쏠지도)





































               미남자: 어쿠, 이 사람들은 벌써 코트를 입네. 봐봐. 저 사람도, 저기도. 

               어유, 저 사람은 아예 오리털 점퍼를 입었네.


               콘돌: (근심스럽게)아니, 얘들은 벌써 저런 걸 입으면 겨울엔 뭘 입으려

               그래?


               우주보안관: (키득대며)부장님, 독일 사람 겨울옷 걱정해 주시는 요?


               콘돌: (쑥쓰럽게 웃으며)응, 걱정되네.


                콘돌은 다정한 남자.

               (이건 편집자 보기엔 아부! 주보안관은 각성하라!)






                 미남자 :  뛰는 사람도 하나도 없어. 하나도 안 뛰어. 바쁜 일이 없나 봐.

                 다들 너그러워. 아주 여유로워. 건물도 큼직큼직한데 멋내서 짓고.

                 우리 같음 이렇게 뻥 뚫리게 안 짓지.

                 (우주보안관이 한 마디 끼어들려는 찰나)여긴 다들 먹고 살 만하죠?


                 콘돌 : 먹고 살 만한 게 아니라, 우리보다 한참 잘 살지.

                 (회한 섞인)참, 복 받은 나라다.




                 (퀴즈: 다음 중 위 대화에 어울리는 책을 고르시오. 맞추시면 990원) 

                 _ 이라는데요, 돈 받을 방법은 없을 겁니다. ㅋ(편집자 주)


                 ①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② <쾌도난마 한국경제>

                 ③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④ <국가의 역할>                 

                 ⑤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왼쪽)입니다. 중앙역이라는 의미의 Hauptbahnhof 위에 빨간 DB에 대해 저희 셋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는데요, 도이치 반Deutsche Bahn이('반'은 기차라는 뜻이라네요)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결론 내렸습니다. 정답 확인해 주실 분?
 
중앙역 바로 앞으로 뻗은 카이저 스트라세Kaiserstraße(오른쪽)입니다.
"음. 여긴 사람이 좀 있구만."(미남자)
첫날 점심을 이 길에서 먹었어요. 그 짠맛과 엄청난 양에 충격을 받았지요(저도 어디 가서 짜게 먹고 많이 먹는 걸로 뒤지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카이저 스트라세 끝까지 쭉 따라가서 저 커다란 현대적 건물 너머 강가 방향으로 가면 프랑크푸르트의 명동과 압구정동으로 이어진답니다.






          미용실 유리창이 깨졌네요. 왜 깨졌을까, 왜 안 고쳤을까,
          이건 혹시 인테리어? 오만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가게 주인도, 직원도, 손님도 참 시크한 사람들인가 봐요)
         
          곰돌이는 초상권 보호중. 우주보안관은 '**권'에 민감한 여
          (우주보안관은 저작권 담당자, 출판 저작권에는
          갖가지 **권 개념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프랑크프루트에서 가장 유명한 뢰머 광장




다음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에요, 뢰머 광장Romerberg. 카이저 스트라세를 지나 
현대적인 건물들을 넘어오면 있지요. 딱 발 딛는 순간 '오, 유럽!' 싶은 느낌이 난달까요.
"야, 여기 오니까 사람이  좀 있네, 마않네!"(미남자) 
'뢰머'라는 이름은 (스펠링이 말해주듯)로마 군이 이곳에 머무르던 시절 붙은 
이름이고, 시청 건물(시청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예쁘다니!)의 이름이기도 하답니다.





퍼포먼스 중에 햇빛을  가리는 길거리 예술가(유럽에서야 흔해빠진?!) 셋이 서있군요(왼쪽). 
사진이 흐릿한 것은 햇빛이 강해서 그래요. 절대로 제가 핸드폰으로 사진 찍을 때 초점 맞추는 법을 몰라서가 아녜요. 그 사진 가장 왼쪽 건물이 지붕 세 개가 나란히 이어진 불그름한 시청 건물 일부인 것 같고요, 그 옆 건물들은 뭔지 모르겠지만;; 1층에 비해 2층부터 외벽이 툭 튀어나와있는데요, 1층 면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던 시절의 유산이라고 해요. 광장 중앙에는 눈을 가리지 않은 '정의의 여신상'이 있지요. 광장 주변으로는 성당도 많고, 종소리도 예쁘고요. 
 
시청 건너편으로는 음식점이며, 기념품 가게들이 있어요(오른쪽). 비쌀 것 같아서 방문은 안 했지만, 건물 모양새만큼은 정말 예뻐요. 옛 건물을 새로 지은 것 같아요. 6년 만에 보았는데 여전히 말끔한 모습. 관리 열심히 하나 봐요. 저녁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 대금(처럼 생긴 목관 악기)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청년이 카페 손님들을 향해 있군요. 정말 잘생겼던데, 앞엘 찍었어야 했는데, 1유로 놓고 등 돌려 걸어오면서 마음이 어찌 아리던지. 그리고 그때 청년 뒤쪽으로 누군가 광장을 가로질러 달려갑니다.

미남자: 엇, 저 사람 왜 뛰어! 약속 늦었나? 저 사람 뛰네, 여기 와서 뛰는 사람 처음 보네!

관심 많은 남자, 미남자.

 


 

모르는 것도 한참 보면 알게 된다? 


 
저녁 땐 거리 시위 준비로 한창이었습니다. 경찰차 서있고,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 외치고 있고, 주말도 아닌데 성당으로 들어가려는 줄이 길었고요. 선언문으로 보이는 (앞뒤로 빽빽한)종이도 나눠주었는데 콘돌이 그걸 한참 열심히 보더랍니다.

우주보안관: (배신감에 파르르 떨며)아니 부장님, 독일어 읽을 줄 아시는 거예요?!
 
콘돌: (전혀 쑥쓰럽지 않은데, 미소만 쑥쓰럽게)아니 그냥 알 만한 글자 있나 살펴본 거야. 맑스Marx라든가.
 
미남자: 이 나이쯤 되면 모르는 것도 한참 보면 다 알게 돼.

아, 네에.



뢰머 광장에서 조금만 돌면 '프랑크푸르트 대성당Frankfurter Dom'이 나옵니다. 독일어로 Dom은 대성당이라는 뜻이지만 프푸르트의 표적이고 상징적인 성당이기 때문에 이 건물 자체를 간단히 Dom이라고 부르고 쓴대요(U-bahn 역 이름도 Dom/Romer. 길 가면서 그냥 '큰 성당huge cathedral'이라고만 해도 다 알아주던걸요). 정식 이름은 '성 바르톨로메 돔Dom Sankt Bartholomaus', 1562년에서 1792년까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선출과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유서 깊은 성당으로 '카이저 돔Dom Kaiser'이라고도 한답니다. 14~15, 두 세기에 걸쳐 지어졌고,  

화재에 전쟁에 오만 일을 겪었다는군요. 그래서 그런가 기본적으로는 고딕양식이지만 그 외 갖가

양식이 뒤섞인 모양새더라고요. 멋있었어요. 제가 또 천장 높은 건물이라면 닭살 돋게 좋아하는데,

시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들어가봤을 거예요. 아쉬워요. 



                              ← 가는 길 왼쪽엔 오래된 아코디언이(자전거 뒤에 사람 있어요),
                              오른쪽으로는 귀여운 고양이 간판, →
                              길 복판엔 QR코드가 있었어요. ↓
                              QR코드엔 Yes? No?라고 쓰여있네요.
                       돔은 지금도 보수 공사가 한창이에요.



                                 



괴테 하우스엔 꼭 가보세요! 우린 스쳐만 갔지만!
 
마찬가지로 시간이 없어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괴테 하우스Goethe Haus'도 프랑크푸르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지요. 괴테 하우스 가시거든 꼭 들어가 보세요. 굉장히 예쁘고, 이국적이면서 시대감도 뚜렷하고, 관리도 잘 되어 있어요.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도 있던 걸로 기억해요.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아래 사진은 그 맞은편 카페(콘돌이 "서울로 치면 '카페 서울'인데 그걸 뭐 신기하다고 찍어"라고 했어요. 그럼 뭐 어때요, 예쁘잖아요). 건물도 예쁘고, 카페도 예쁘고, 자전거도 예쁘고. 이곳 사람들,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자전거도 높더군요. 자전거 안장이 제 갈비뼈까지 오더라는


                    



Hauptwache역에서 내려 뢰머 광장 근처로 이르는 길엔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잔뜩 있어요. 가게도 많고, 백화점도 있고. 하지만 쇼핑엔 태생부터 재주가 없는 저는 신발도 가방도 못 사고, 리코더 가게는 가는 길이 기억 안 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서전에서 사온 조그만 기념품은 한국 와서 돌아보니 죄다 'Made in France'. 그래도 괜찮아요, 제 리코더는 독일이 고향이거든요 :)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서 아래 왼쪽엔 예쁜 기념품 가게. 황홀할 정도로 예뻤어요. 그런데 같은 물건이 도서전장 안에선 좀 더 싸게 팔리기도 하더군요. 점원 아가씨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어떤 손님에게 벽걸이 시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어요. 가운데엔 그냥 햇살 좋은 길거리. 프랑크푸르트 곳곳은 지금 공사중입니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경우 경비처리가 되어 감세 효과가 있대요. 오른쪽엔 폐업한 가게의 먼지와 손낙서.


      


사과 와인과 족발!



복 받은 나라, 느긋한 도시의 셋째날 저녁. 시콤새콤 사과와인 
'아펠바인apelwein'과 바삭하고 쫀득한 독일식 돼지 족발
 '슈바이네학센schweinehaxen'을 먹었습니다.
족발이라곤 해도 발 부분은 안 먹고 어깨부터 발목까지 먹는 것 
같더라고요. 절인 양배추, 감자,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는데,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름다운 저녁이었어요. 독일어를 잘하시고, 프랑크푸르트를 잘 아시는 그분, 올레!

즐거운 저녁은 행복하지만, 숙소가 있는 다름슈타트Darmstadt
까지 돌아가는 길은 힘들었어요. "프랑크푸르트가 서울이면 
다름슈타트는 수원쯤 되는 거지."(콘돌)

      매일 늦은 시간 서울에서 수원까지 숙면을  습니다. 도서
      전 입장권이 있으면 프랑크푸트 시내 대중교통은 모두 무료
      니다. 교통편도 잘 되어 있어서 다름슈타트까지 대중교통
        연결돼 있고요 :)

      사진 U-bahn(지하철), S-bahn(전철) 환승역이자 (아마도)
      차역일 프랑크푸르트 남역Sudbahnhof에서 피자 드시던 아저
      씨. 커다란 피자 한 판을 야무지게  드시고 자리를 뜨셨습니다. 

      미남자는 "집에 사 가려다 너무 춥고 배고파 먹는" 거라고 
      호언했는데, 콘돌이 "미남자 하는 말은 근거는 하나도 없는데
      다 꼭 그런 것만 같단 말야"했는데, 그냥 가버렸어요. 그저 테
                                                                                                                                    이크 아웃 피자를 드실 장소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느긋한 독일에 매료되다

도서전 사흘째 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지 나흘째 된 저녁 때 
(제 독일 기념품의 고향)파리로 이동합니다. 기차역이에요.

미남자: 야, 기차 오니까 얘네도 뛰네.

콘돌: 기차 놓칠까봐 뛰는 건 얘들도 똑같구나.

느긋한 독일에 매료된 남자, 미남자와 콘돌.





프랑크푸르트는 그리 신나는 관광지도 아니고, 사람 구경하기 좋은 데도 아니고,

그렇지만 마음은 편한 곳이에요. 공기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숨가쁘지 않고,

상업도시인데도 주거도시처럼 평온한 기분이 들죠(실제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벅찬 도서전 기간이 그래도 평화롭게 기억되는 건 프랑크푸르트의 그 분위기 때문일 겁니다.


"도시는 프랑크푸르트가 좋고, 여자는 파리 여자가 예뻐."

콘돌 님. 그거 키 때문인 거 다 알아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