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노트] 더 이상 일기장이라는 우주에서 길을 잃은 아이는 없다! _ [참 쉬운 마음 글쓰기]
일기, 독서록으로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의 필독서 <참 쉬운 마음 글쓰기>는 공부나 성적, 입시 때문이 아니라 ‘쓰고 싶어 쓰는 글쓰기’ ‘즐거운 글쓰기’ ‘쉽고 자유로운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논술책은 많아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글쓰기 책을 찾기는 쉽지 않으니 <참 쉬운 마음 글쓰기>가 반가운 부모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엄마인 바람돌이 또한 이 책을 참으로 반가워했습니다. 책을 편집하는 동안 둘째와 함께 직접 마음 글쓰기 방법을 시도하고 효과를 보았군요. 바람돌이의 편집자 노트, 귀여운 아이가 등장하는 성공담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 노트] 참 쉬운 마음 글쓰기
더 이상 일기장이라는 우주에서 길을 잃은 아이는 없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었다. ‘뒤돌아보지 않는 힘 있는 문장, 압도적인 서사’라 쓰인 책 뒤표지 문안처럼 속도감 있게 읽혔다. 그런데 압도적인 서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엉뚱한 부분이 내 가슴을 쳤다. 화자 중 한 명이 등단한 소설가이지만 대필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고백하는 대목이다.
“백지를 보면 어둡고 푸른 우주에서 미아가 되곤 했어. 대필을 시작한 건 그 때문이야. 누군가 던져주는 얘깃거리를 정리하면 되는 일이니까.”
백지라는 우주에서 길을 잃은 작가의 고통! 이라니.
작가가 아니어도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분량의 이 편집자 노트를 쓰면서도 나는 뭐라고 써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누가 들으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일기와 독서록을 쓰는 숙제를 해야 하니 말이다. 글자만 배웠을 뿐인데 매일 일기를 써야 하고 책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해야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도 있다. ‘좋은 글이 뭔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언제 가르쳐 준 적이 있나요?’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매일 밤 엄마 아빠를 붙들고 “오늘 일기 뭐 써요?”라고 부모를 난감하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어제도, 오늘도….
그런데 내일은?
그래, 내일은 달라질 거다. 아이도 부모도 글쓰기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 그동안 아이가 던지는 이 무시무시한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아무거나 써.” 혹은 “오늘 한 일을 쓰면 되잖아.”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던 부모들에게 할 말이 있게 하는 책이 나왔다. <참 쉬운 마음 글쓰기>
이 책을 편집하던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집 둘째가 어김없이 “엄마, 일기에 뭐라고 써? 엄마가 불러줘.”라고 애걸했다. 예전의 나라면 “네 할 일은 네가 하는 거야.”라며 얼른 쓰라고 닦달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편집하는 사람으로서 방법을 써 먹을 때가 온 것을 오히려 반가워하며 아이에게 적용해 보았다. 아이가 한 말을 기억했다가 그것을 글감으로 이야기를 나누라고 <참 쉬운 마음 글쓰기>의 저자 이임숙 선생이 일러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날 아이는 친구와 레고를 했으니 레고 놀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임숙 선생이 원고를 통해 친절하게 알려 준 대화법까지 그대로 적용하여 이야기를 나누니 의외로 얘기가 술술 나온다. 그렇게 나눈 대화를 그대로 내가 받아쓰고 둘째에게 일기장에 다시 옮겨 쓰라고 하였다.(대화를 기억해서 쓰라고 하면 힘들어하니까. 이럴 땐 엄마가 대신 대화를 받아썼다가 아이에게 쓰게 하는 게 좋단다.)
놀랍게도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일기장 한 바닥이 뚝딱 채워졌다. 둘째도 자신이 한 바닥을 다 썼다며 놀라워하고 뿌듯해 했다. 그렇게 며칠 반복했다.
그 이후 우리 집 저녁은 편안해졌다. 둘째는 더 이상 뭘 써야 할지 일기장을 앞에 두고 우주에서 미아가 된 듯한 막막함을 느끼지 않았고, 짧든 길든 스스로 쓰고 싶은 걸 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겨우겨우 제목을 결정했다. ‘쓸 게 없다’라고 지었다.”
“엄마 친구 가족과 크루즈 요트를 타러 갔다. 나는 가슴이 출렁거렸다. 나는 크루즈 요트가 뒤집어질까 봐 걱정됐다. 그치만 엄마는 구명조끼가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구명조끼에는 호루라기도 있었다. 그 호루라기를 불면 구조대가 온다. 그래서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며칠 전, 야근을 하고 밤늦게 들어갔더니 둘째가 포스트잇 3장에 메모를 해놓고 잠들어 있었다.(귀여운 녀석!)
“엄마 언제 와?”
“엄마 너무 보고 싶어.”
“내일은 일찍 올 거지?”
성미 급한 엄마는 ‘글이 생활이 된 게 아닐까’라며 혼자 이 책의 효과를 보았다고 즐거워했다.
아마도 정말 그런 거겠죠?
2011년 9월 29일
부키 기획편집부 바람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