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책읽기]사람의 성장은 언제나 눈부시다! - 사냥꾼의 현상금(견인 도시 연대기 2)
8월부터 부키에 합류한 아네모네 마담은 알고 보니 ‘견인 도시 연대기’ 시리즈의 열렬한 독자더군요. 1권 <모털 엔진> 2권 <사냥꾼의 현상금> 3권 <악마의 무기>는 벌써 다 읽었고, 지금 4권 <황혼의 들판>에 ‘버닝’ 중입니다. 아네모네 마담은 3권 중에서는 <사냥꾼의 현상금>이 가장 좋았던 모양입니다. 특히 프레야의 성장에 공감하고 함께 호흡한 듯합니다. 아네모네 마담의 책 읽기,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의 책읽기] <사냥꾼의 현상금> : 견인 도시 연대기 2권
사람의 성장은 언제나 눈부시다!
견인 도시 연대기 2권 <사냥꾼의 현상금>은 제니 하니버를 타고 여행을 하던 톰과 헤스터가 썰매 도시 앵커리지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된다. 앵커리지는 한때 부유하고 융성했으나 전염병이 돌아 몰락한 도시다. 이곳을 다스리는 아름답지만 제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왕 프레야와 톰은 가까워지고 헤스터는 상처를 받는다.
오늘은 <사냥꾼의 현상금> 줄거리가 아니라 등장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냥꾼의 현상금>에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 프레야에 대해서.
프레야는 얼핏 보기에 호사스러운 겨울 궁전에 사는 우아한 마그라빈(여시장의 특별한 존칭)이지만 실상은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인 데다 자기 손으로 옷을 입어 본 적도, 머리를 빗어 본 적도 없는 철부지 소녀다. 궁전 역시 한때는 북적거렸을 터이나 이제는 텅 비어 있고 먼지가 눈처럼 하얗게 쌓여 있다. 예전처럼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앉아 길고 검은 식탁에 차려진 아침 식사를 하지만 옷은 좀이 슬었고 씻는 방법을 몰라 목에는 땟국물이 흐르는 형편이다. 시종들도 전염병으로 죽고 없어서 스뮤가 요리도 하고 식사 시중도 들어준다. 스뮤는 궁정 난쟁이였는데 지금은 하인과 요리사 임무 외에도 관용차 운전사와 방문객이 오면 엄숙한 목소리로 고하는 시종장 역할까지 바쁘게 옷을 갈아입어 가며 해내는 유일한 시종이다.
프레야가 속한 라스무센 가문의 여자들은 대대로 얼음의 신들과 꿈속에서 대화를 해서 그 지침에 따라 앵커리지를 다스렸다. 그러나 얼음의 신들은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인 프레야의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 시민들은 프레야만 바라보고 프레야는 답답하다. 차라리 전통이라는 두터운 갑옷을 벗어 버리고 앵커리지가 나아갈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의논하고 싶다. 하지만 그랬을 때 다가올 온갖 종류의 새로운 문제가 두렵다.
프레야는 버넷 여사의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메리를 연상시킨다.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되었고 부유하게 살았기 때문에 혼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소녀. 메리가 저택에서 나와 비밀의 화원을 발견하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듯 프레야도 톰을 만나고 궁전 바깥으로 나오면서 성장한다. 메리는 금지된 화원에 서슴지 않고 들어가고 저택 깊숙이 숨겨져 있는 콜린을 찾아낸다.
프레야도 사냥꾼 도시 울버린햄프턴이 앵커리지를 잡아먹으려 추격해 오자 전례에 없는 과감한 대응을 한다. 게다가 짝꿍(?)이 있는 것이 명백한 톰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스뮤가 계속 못마땅한 눈길을 줘도 이제 그녀는 무시할 수 있다. 메리와 프레야는 똑같이 건방지고 도도하다. 그러나 그 건방짐의 이면에는 자신을 존중하는 자존감이 숨어 있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적극성과 함께 이런 자존감이야말로 십 대 소녀가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덕목이 아닐까.
프레야는 달라졌다. 톰을 얻지 못했지만 대신 교훈을 얻었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프레야는 노동자들과 수다도 떨기도 하고 씻고 양치질하는 법도 배우고 머리도 짧게 자르고 순찰대의 일원이 되어 보기도 한다. 헤스터의 공이 결정적이었지만 아크에인절에 맞서 앵커리지를 지켜 낸다. 그리고 이제는 헤스터의 비밀을 묻어 두는 지도자의 여유로움까지 갖추고 아메리카를 향해 떠난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아름답다.
<사냥꾼의 현상금>은 프레야뿐만 아니라 헤스터와 톰, 카울 등 십 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내면적인 성장이 감동을 더해 준다. 작가는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미래 세계를 창조해 냈고 거기에 짜릿한 모험을 더하였지만 십 대의 사랑과 성장은 ‘지금 여기’ 현실 그대로이다. 모든 것이 변해도 인간은 그대로라고 귀띔해 주는 걸까?
2011. 9. 1. 부키 기획편집부 아네모네 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