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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로 배우는 금융상식 5 - 펀드의 모든 것

cizifus 2011. 5. 6. 15:58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로 배우는 금융상식 5

펀드의 모든 것

 

 

 

편집자 주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금융의 종합 개설서’입니다. 현실 문제나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이론과 제도를 접목하고, 하나의 금융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학문 체계를 결합해 설명하는 통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또 금융을 가치중립적으로 다루는데 머물지 않고 금융과 관련한 사회적 논쟁점도 두루 다루어서 실생활에서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께도, 금융 전문가나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한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에는 알아두면 좋을 금융상식도 매우 풍부한데요, 그 중 몇 가지를 시리즈로 다루고자 합니다.

 

 

 

 

ⓒ woodleywonderworks (flicker,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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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죠? 우리나라에 펀드 바람이 분 것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룰까지 일반인들도 쉽게 입에 올리곤 했습니다. 은행에 적금을 하러 가면 왜 이 아까운 돈을 그냥 묻어두느냐, 펀드에 넣으라고 권유하는 은행원들도 참 많았습니다. 주변에서는 펀드로 돈을 얼마나 벌었네, 하는 이야기도 들렸구요. 그리고 일이 년 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몇십 퍼센트라며 속상해하는 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주식에 전혀 관심 없고, 펀드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만, 펀드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궁금했습니다. 개인이 모두 실행하기 어려운 분산 투자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과 전문가가 대신 운용해준다는 것 정도 외에는 아는 게 없었거든요.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에는 제가 궁금했던 ‘펀드’에 대해서도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네요. 소개해드립니다.

 

 

 

도대체 펀드란 무엇인가?

 

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투자 업무에 정통한 전문 인력이 위임받아 각종 유가 증권에 투자해 운영하고 이로부터 생긴 이익을 출자금에 비례해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따라서 펀드에 가입하고 싶은 투자자는 펀드의 운용 자산에 대한 지분을 의미하는 수익 증권이나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이로써 투자자는 펀드의 출자자가 되고,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펀드를 가리켜 간접 투자 상품이라고 부른다.

 

펀드의 경우 전문 인력이 자산을 운용한다고 반드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판단 착오로 인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투자 원본이 훼손되기도 한다. 그런데 펀드 운용에 따른 모든 위험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은행 예금에 대해서는 예금 보험 제도에 의해 일정 한도까지 원본이 보장되지만 펀드 상품에는 이러한 세이프 가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펀드 상품의 경우 분산 투자에 의한 위험 분산 효과와 대규모 거래에 따른 거래 비용 절감 효과, 전문 인력에 의한 고도의 자산 운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투자 원본이 전면적으로 손실의 위험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펀드의 구조

 

펀드를 상품으로 설정하는 것은 자산 운용사(asset management company)다. 자산 운용사는 펀드의 약관을 만들고 감독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취득한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일, 다시 말해 (수익 증권이나 주식의 형태인)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자산 운용사가 직접 담당하기도 하지만 자체 판매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를 판매 대행사로 지정해 그들의 창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펀드와 관련되는 모든 자금의 흐름은 투자자의 안전을 위해 자산 운용사와 신탁 계약을 맺은 수탁 은행이 수행한다. 따라서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은 판매 대행사로부터 수탁 은행에 직접 입금되며, 수탁 은행은 이를 운용해 얻은 이익을 이익 분배금(혹은 배당금)으로서 판매 대행사를 통해 투자자에게 환원한다.

 

이처럼 자금의 유·출입을 관리하는 것은 수탁 은행이지만 그렇다고 수탁 은행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의사 결정까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자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은 어디까지나 자산 운용사의 몫이며, 수탁 은행은 그 결정에 따라 유가 증권을 매매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며 신탁 재산을 보관할 뿐이다.

 

 

이처럼 펀드 상품에는 여러 종류의 금융 기관이 관련되어 있어 매우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펀드 상품을 사고파는 일은 간단하다. 어떤 펀드에 가입하고 싶으면 가까운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를 찾거나, 펀드를 설정한 자산 운용사를 직접 찾아 특정 상품을 주문하면 된다.

 

그런데 펀드의 주식이나 수익 증권은 대부분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가격으로 거래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매매 기준 가격이며, 펀드 투자자의 신규 모집과 기존 투자자의 해약이 이 가격에서 이뤄진다. 매매 기준 가격이란 펀드의 순자산 가치(net asset value, NAV)를 뜻한다. 순자산 가치는 펀드 운용 자산의 현재 시장 가치로부터 부채를 차감해 순자산 총액을 구한 후, 이를 수익 증권 또는 주식의 총수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순자산 가치란 수익 증권 또는 주식 한 장의 현재 시장 가치를 의미한다. 그런데 순자산 가치는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이나 채권의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하루에 한 번씩 변한다. 순자산 가치가 결정되는 시점은 증시가 마감한 직후다.

 

 

 

다양한 종류의 펀드들

 

분산 투자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모든 펀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시장에 나와 있는 펀드 상품에는 종류가 매우 많다.

 

일차적으로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로 구분할 수 있다. 주식이 일부라도 편입되어 있으면 주식형 펀드로 분류되므로 채권형 펀드에는 주식이 일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가장 일반적인 펀드 상품은 주식이 포함된 주식형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주식형은 대체로 수익성이 높고 채권형은 안정성이 높다. 이때 안정성이 높다는 것은 기대 수익률의 변동성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주식형 펀드라도 운용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펀드 매니저가 재량권을 갖고 자산 배분이나 종목 선택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자유형 펀드라고 하며, 반대로 사전에 결정된 투자 방침에 따라 기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시스템형 펀드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유력 펀드가 펀드 매니저의 이름으로 기억되기도 하는데, 이들 펀드는 매니저의 투자 판단과 매매 기술을 중시하는 자유형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시스템형 펀드는 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다양한 가상 실험(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일정한 운용 규칙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자산 배분 비율과 종목 선택을 한다. 이처럼 시스템형 펀드는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므로 대량의 거래가 기계적으로 이뤄지곤 하는데, 이를 가리켜 프로그램 매매(program trading)라고 한다.

 

시스템형 펀드의 일종으로 일반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인덱스(index) 펀드다. 인덱스 펀드는 1971년 미국에서 최초로 출시되었는데, 펀드의 순자산 가치가 주식 시장 전체의 변동을 나타내는 주가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정한 펀드다. 미국의 S&P 지수, 다우존스 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 DJIA), 일본의 닛케이(日經平均株價) 지수, 우리나라의 코스피(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 KOSPI) 지수 등 주요 주가 지수들과 연동하는 인덱스 펀드가 다수 출시되어 있다.

 

인덱스 펀드는 시황의 변화에 따라 구성 종목의 시가 총액 비중이 계속 변화하므로, 수시로 여러 종목을 사들이고 여러 종목을 매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램 매매를 실행해야 한다. 이처럼 인덱스 펀드는 펀드 매니저의 역량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가장 전형적인 시스템형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인덱스 펀드는 특정 주가 지수와 연동되므로, 해당 지수가 2% 상승하면 펀드의 순자산 가치도 2% 정도 상승한다. 그러나 연동의 정도가 100% 완전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덱스 펀드는 대체로 개방형이므로, 투자자의 해약 요구에 응하기 위해 현금 유동성을 일정 수준 확보해야 하고 그 부분만큼은 주가 지수와 연동하지 않으므로 펀드의 연동성이 100%를 약간 밑돈다. 이를 가리켜 트래킹 오차(tracking error)라 한다.

 

 

펀드 상품의 주종은 주식형이지만 그렇다고 채권형이 미미한 것은 아니다. 특히 저금리 시대가 찾아옴에 따라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채권형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권형 펀드 중에는 단기 금융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MMMF의 위세가 매우 높다. 만기가 긴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는 장기 채권 펀드는 단기 금융 상품(혹은 단기 채권)에 비해 위험·수익률의 단위가 더 높다. 그 이유는 장기로 갈수록 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안정성이 더 높다. 그렇다고 채권형 펀드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신용 등급이 BB 이하인 정크 본드에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가 있다. 정크 본드란 직역하면 쓰레기 같은 채권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신용도가 낮고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기 때문에 그에 상응해 기대 수익률도 높은 채권이다.

 

일반적으로 각종 연기금, 뮤추얼 펀드 등 운영 실적을 공개하는 공모 펀드의 경우에는 보수적인 투자 원칙에 따라 BBB 등급 이상의 우량 채권에만 투자하며 정크 본드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 사이에 정크 본드에 특화한 고수익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높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정크 본드의 위험은 매우 높지만 실제 정크 본드의 부도율을 검증해 보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석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 고수익 채권형 펀드는 시장에서 평가한 위험과 실제 위험 간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이 차이에 대해 아비트라지(차익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p.189~206에서 발췌)

 

 

헤지 펀드와 사모 펀드

헤지 펀드(hedge fund)와 사모 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는 소수의 특수 부유층이나 금융 기관 혹은 기관 투자자에 한정해 모집하는 대안 펀드다. 펀드 매니저에게 성과 수수료(performance fee)를 얹어 주고 손실에 대한 금전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위험 추수형 보수 체계로 인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도록 유도된 펀드다. 헤지 펀드는 주로 국제 증권 및 외환 시장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올리며, 투자 원본의 수십 배까지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과감한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전략이 금융 시장을 교란해 최근 20년간 각종 외환 금융 위기에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모 펀드는 투자자 모집 방법이나 보수 체계에서는 헤지 펀드와 극히 유사하지만 운용 전략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사모 펀드는 주로 성장성은 높지만 문제가 있는 주식을 대거 사들여 특정 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한 후, 즉각 이를 전매해 차익을 실현하거나 구조 조정을 실시하고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재매각하거나 혹은 기업 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해 차익을 실현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처럼 사모 펀드의 자산 운용은 기업 재생이나 기업 인수·합병을 노리므로 턴어라운드(turn-around) 펀드 또는 바이아웃(buy-out) 펀드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