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나쁜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나쁜 사마리아인들』에필로그 [올바른 일과 쉬운 일]

cizifus 2010. 10. 15. 19:34

 

『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마리아인들을 꼬집는 것 같다. 과연 이것이 다일까?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세상을 조소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면, 불온하다는 꼬리표를 달지도 못했겠지. 그가 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바로 우리. 세상에 무관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서 더 불편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다. 그럼에도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우리에게 절망하지 말자고 한다. 서로의 비겁하고, 치사한 모습을 보며 "세상은 썩었고,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자조적인 울음을 내뱉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장하준이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싶었던 더 나은 미래, 인간에 대한 기대를 에필로그에 담았다.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우리에게 참된 희망을 주는 것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가운데 대다수가 탐욕스럽지도 않고 편협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때는, 그 일로 커다란 물질적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악한 사마리아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순응주의자가 되는 편이 훨씬 쉽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잘못된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정치가들과 신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될 텐데, 굳이 무엇 하러 먼 길을 돌아다니며 ‘불편한 진실’을 찾아다니겠는가? 부정부패와 게으름, 혹은 국민들의 방탕함 탓으로 돌리면 쉬운데, 굳이 무엇 하러 가난한 나라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신경 쓰겠는가? ‘공식적인’ 역사가 자국은 늘 (자유무역, 독창성, 민주주의, 신중함 등) 모든 미덕의 원산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무엇 하러 자국의 역사를 점검하겠다고 가던 길에서 벗어나겠는가?


내가 희망이 있다고 말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마리아인들이 이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다 균형 잡힌 그림이 제시되면 기꺼이 언행을 바꿀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바로 그런 그림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2장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60년 전인 1947년 6월) 마셜 플랜이 발표된 뒤부터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융성하기 전까지 미국에게 인도되던 부자 나라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부자 나라들이 과거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 역사적인 사건은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통틀어 개발도상국 세계는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다. 그 경험에서 얻은 교훈에 의거해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333쪽

<올바른 일과 쉬운 일> 중에서



 

 

<에필로그의 "올바른 일과 쉬운 일" 전문>

 

올바른 일과 쉬운 일
내 생각이 옳고, 경기장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유리하도록 기울어져야 한다고 가정하자. 여러분은 여전히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내 제안을 받아들여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하고 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만큼 생각을 바꾸어 놓으려 하는 것 자체가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개명된 이기주의에 호소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대안적인 정책들을 허용하면, 장기적으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추구했던 남미의 사례처럼 1인당 소득이 1년에 1%씩 성장한다면, 소득이 2배가 될 때까지는 70년이 걸린다. 그러나 수입 대체 산업화 시기의 남미의 사례처럼, 1인당 소득이 3%씩 성장한다면 소득은 같은 기간 동안 8배나 증가한다. 이렇듯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나쁜 사마리아인 부자 나라들이 팔 수 있는 시장이 크게 넓어진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개발도상국의 신속한 성장을 유도하는 ‘이단적인’ 정책들을 용인하는 것이 지극히 이기적인, 나쁜 사마리아인 국가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정말로 설득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정책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이 ‘옳다’고 확신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앞서 언급했듯 독선주의가 이기주의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희망은 있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자신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난을 받자,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하고 대꾸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부가 아니라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이데올로그들이 케인즈와 비슷하다. 이들도 현실 세계에서 새로운 주장에 부닥치고, 변화하는 현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주장과 현실의 변화가 예전의 확신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경우, 이들도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생각을 바꿔 왔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인 마틴 펠드스틴이 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그는 한때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휘하는 브레인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그는 (1장에서 인용했듯이) IMF에 대해 일부 ‘좌파’ 평론가들보다 훨씬 더 신랄하게 비판을 퍼부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참된 희망을 주는 것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가운데 대다수가 탐욕스럽지도 않고 편협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때는, 그 일로 엄청난 물질적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순응주의자가 되는 편이 훨씬 쉽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잘못된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정치가들과 신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될 텐데, 왜 굳이 먼 길을 돌아다니며 ‘불편한 진실’을 찾아다니겠는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부정부패와 게으름, 혹은 방탕함 탓으로 돌리면 쉬운데, 왜 굳이 가난한 나라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신경 쓰겠는가? ‘공식적인’ 역사가 자국은 늘 (자유 무역, 창의성, 민주주의, 재정적 건전성 등) 모든 미덕의 원산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무엇 하러 자국의 역사를 점검하겠다고 가던 길에서 벗어나겠는가?
내가 희망이 있다고 말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마리아인들이 이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좀 더 균형 잡힌 그림이 제시되면 기꺼이 언행을 바꿀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바로 그런 그림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2장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60년 전인 1947년 6월) 마셜 플랜이 발표된 뒤부터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융성하기 전까지 미국에게 인도되던 부자 나라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았다.11
부자 나라들이 과거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그 역사적인 시기는 경제적으로도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개발도상국 세계는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통틀어 경제적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렸다. 그 경험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다.

 


 

장하준의『나쁜 사마리아인들』

이 책을 쓴 이유를 말하다.

 <올바른 일과 쉬운 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
장하준 지음
출판사
부키 | 2007-10-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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