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가 볼 계획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읽으면 가장 즐거울 책
『파리에서 살아보기』 편집자 노트
파리에 가 볼 계획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읽으면 가장 즐거울 책
파리 하면 ‘에펠탑’ ‘샹송’ ‘에르메스’ … 수준의 연관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 사람,
그냥 ‘낭만적인 곳이겠지.’ 하고 파리에 대한 느낌을 일단락 짓는 사람,
그래서 파리에서 살아보는 건 고사하고 여행 계획은 당연히 있지도 않은 사람이라면(나 같은 사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역시 살아 봐야 해”
죽고 못 살던 친구랑 룸메이트가 됐다가 영영 안 보는 남이 된 애들을 수두룩하게 봤다.
대판 싸우고 갈라서고 나서 이유는 “걔 진짜 그런 앤 줄 몰랐어.” 물론 개중에는 갈라서지 않고 1, 2년 잘 사는 애들도 있지만. 여하튼 하나같이 결론은 “살아 보니 다르더라.” 이거다.
이 책에서 만나는 파리도 그렇지 않을까.
많고 많은 여행 책 속의 파리를 사이좋은 ‘베프’ 정도라고 표현하자면 여기서 만나게 될 파리는 ‘살아 본’ 친구다.
그런데 살아 보고도 아직 베프인 친구다. 이 꼴 저 꼴 다 보고 안 맞는 것도 알고 때론 싸우면서 상처도 주고받지만, 그래도 또 이만한 애 없다 싶은 친구. 함께하면 즐거운 순간이 분명 더 강해서 가끔 부딪치고 힘든 부분은 잊게 되는 친구.
어디서 살든 힘들 거라면 여기가 가장 좋겠다 싶은 곳. 그곳이 파리라고 이 책의 저자 제인페이크는 말한다.
파리의 맛은 한마디로 ‘매달단짠’
파리에 도착해서부터 6년 반 동안의 시간, 그리고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나서 다시 찾은 파리의 모습까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센 강변을 걸으며 부푸는 마음을 주체 못하는 제인 페이크와 그녀의 가족을 볼 때는 나도 같이 설렜고, 아파트를 구하고 이케아에서 전쟁을 치룰 때는 보는 나까지 진이 빠졌다. 조지와 아나벨이 학교에 다니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안쓰러울 지경이다가도,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한 위대한 예술 작품을 보고(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고 자산이 될까) 아름다운 공원에서 뛰어노는 그들이 못견디게 부럽기도 했다. 책을 넘기다가 잊을 만~하면 걸려 오는 줄리의 전화는, “아 또 뭔 일이야 크크크.” 하며 그녀에게서 터져 나올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한다.
이게 바로 맛으로 치면 매달매달(맵고 달고), 단짠단짠(달고 짜고) 아닐까. 눈물 나게 매운 맛을 보여 주다가도 달달하게 즐겁고, 달콤하게 비현실적이다 싶다가도 짭짜름하게 ‘너무’ 현실적이다.
혀가 아닌 눈과 뇌로 매달단짠을 맛보고 싶다면, 바로 이거다!
파리에 가서 살아 볼 사람 아니어도
파리에서 그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겪어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에필로그까지 읽고 책을 덮을 때면 ‘아, 나도 살다온 느낌이다.’싶다. 제인 페이크와 두 딸 조지 아나벨과도 내내 같이 지내다가 헤어지는 기분이라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그래서 ‘파리로 여행을 가거나 살아 볼 계획이 아예 없었던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파리에 가서 살 계획이거나, 파리에서 살아 봤거나, 살아 볼 건 아니지만 파리에 갈 일이 있는 사람은 추천 같은 거 없어도 이 책을 이미 펼치지 않았을까?)
생각지도 않았던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누구보다 가장 제대로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리고 살며시 ‘살면서 파리에 한 번쯤은...’이라며 검색창에 ‘파리 여행’을 쳐 보게 될지도...
-부키 편집실 아라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