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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땅, 맹지 : 지적도상 길이 없는 집은 절대 사지 마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4. 3. 16:29

눈 없는 땅, 맹지

지적도상 길이 없는 집은 절대 사지 마라




–그런데 맹지가 뭐예요?

–어? 맹지 몰라요?

–네. 첨 들어요.

–맹지를 모르는구나….


집 구한 이야기를 듣던 지인이 물었다. 나는 맹지라는 것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번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이미 맹지는 절대로 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오래전에 누군가가 맹지인 줄 모르고 사서 속 썩고 있다는 말을 들었거나 예전에 집을 구한다고 잠시 보러 다니다가 알게 되었을 거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살면 맹지라는 단어를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교외에서 집을 구할 때 제일 중요하고 기본인 것이 바로 맹지를 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맹지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좋은 집이나 땅을 구하는 방법이 열 가지, 스무 가지가 있고, 그걸 다 알고 있으면 뭐하나. 맹지를 만나면 만사 헛일일 뿐이다. 

눈 없는 땅, 눈 감은 땅. 말 그대로 맹지는 지적도상 길이 없어서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없고, 주택을 신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맹지들은 주변 시세에 비해 싸게 나오는 편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지 않은 맹지도 있다. 

하도 그럴듯해 보여 멀쩡한 매물로 착각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주변 시세보다 약간 비싸다 싶은 집도 보았다.




사례 1 맹지인데도 등기가 있다고?


1억 5천만 원에 대지 103평, 건평 20평이고 심야전기 보일러에 창고도 있다. 남향이고 집 왼쪽으로는 밭이, 집 뒤쪽으로는 병풍처럼 산이 둘러서 있다. 집만보면 당장 들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정갈하다. 서까래며 기둥도 다 살아 있고, 대청마루도 있다! 지금까지 보던 20평짜리 집에 비해 커 보인다. ‘ㄱ’자를 뒤집어 놓은 집인데 마당이 꽤 넓어 보이는 걸로 봐서 공간을 잘 살렸다. 마당도 손질을 잘해 놓아 한눈에 봐도 좋아 보인다.

당연히 쓰레기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맹지인데도 등기가 있는 집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등기라면… 건축물대장도 있다는 말이겠지?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지적도상으로는 분명히 맹지다. 그 집을 가려면 차는 마을 입구에 두고 남의 마당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집값을 좀 깎아 준다면, 하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맹지인 줄 알면서도 집이 하도 좋아 보여 잠시 고민했다. 부동산 중개업자한테 깎을 수는 없겠냐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호재가 있는 마장면 쪽이라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얼마 전에도 집주인한테 흥정해 보았지만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는 자세란다. 에효… 아쉽지만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사례 2 대문 앞까지 포장도로가 있던데… 그래도 맹지일까?


나무 대문에 기와를 얹었고 행랑채까지 있는 집을 보았을 때다. 지인이 소개해 준 동네 이장의 안내로 가 본 집은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대문이 잠겨 있어서 집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밖에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대문 틈새로 들여다본 집은 그야말로 내가 찾던 집이다. 마당에 쓰레기가 조금 보였지만 그 정도는 그때까지 보아 온 쓰레기에 비하면 애교다. 도로보다 내려앉지도 않았다. 집이 행랑채보다 약간 높아 보이고 본채에는 댓돌도 있다. 그래, 바로 이런 집이야.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값은 얼마나 하느냐고 물으니까 나온 지 꽤 되어서 다시 알아봐 준다고 한다. 지번만 적어 왔다. 집에 오자마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컴퓨터를 켠 다음 그날 본 여러 곳 중에 그 집을 제일 먼저 살펴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완벽하게 맹지다. 대문 앞까지 포장도로가 있던데… 그건 법적으로 옆집 땅이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 남이영,  『1억으로 수도권에서 내 집 갖기』 발췌 및 재구성






1억으로 수도권에서 내 집 갖기

저자
남이영 지음
출판사
부키 | 2015-04-03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최초의 시골집 매매 가이드북! 1억으로 경기도에 58평 집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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