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회근저작선/맹자와 공손추

언어로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3. 19. 16:14

언어로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의 사상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보통 사람들의 말은 결국 몇 가지 형태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공자가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하편에서도 일찍이 언급한 바 있는데, “장차 배반하려는 사람은 그 말에 부끄러운 기색이 있다. 마음에 의혹이 있는 사람은 그 말에 가지가 많다. 길한 사람의 말은 적다. 조급한 사람의 말은 많다. 선을 모함하는 사람은 그 말이 애매하다. 지키던 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 말이 비굴하다[將叛者其辭慙. 中心疑者其辭枝. 吉人之辭寡. 躁人之辭多. 誣善之人其辭游. 失其守者其辭屈]”고 하였습니다.

맹자는 여기에서 말했습니다. 말을 하는데 치우친 바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가려진 바가 있고 명확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친 말을 들어 보면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뭔가에 가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물과 같은 욕망이나 혹은 다른 무슨 문제에 가려져 머리가 총명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편벽된 말에 그 가리운 바를 안다[詖辭知其所蔽]”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생각에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으면 그가 하는 말에도 편향된 바가 있습니다.

방탕한 말에 그 빠져 있는 바를 안다[淫辭知其所陷]”는 말에서 이른바 ()’은 지나침, 수다스러움, 군더더기를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수다스러운 나머지 정도에 지나치게 혹은 너무 많이 말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딘가에 빠져 있어서 심리가 건전하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두뇌가 건전한 사람은 말을 할 때에도 분명하고 간결합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과장해서 형용하는 것 역시 방탕한 말의 표현입니다.

부정한 말에 그 괴리된 바를 안다[邪辭知其所離]”고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도리에 의거해서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자기 나름의 삐뚤어진 도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삐뚤어진 도리가 천 가지라면 올바른 도리는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삐뚤어진 도리를 말하는 사람은 그 생각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동시에 ()’자에는 이간질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이간질하는 사람은 모두 반드시 삐뚤어진 도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피하는 말에 그 궁한 바를 안다[遁辭知其所窮]”에서, 이른바 둔사(遁辭)’는 도피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일을 처리했느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이 처리했다 혹은 처리하지 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그 일이 어쩌고저쩌고하다는 말만 한다면, 그건 바로 그가 그 일을 처리할 것을 잊어버렸다는 뜻입니다. 그가 늘어놓은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은 모두 도피하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도피하는 말을 한다면 그가 이미 할 말이 없고 이치도 궁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다 이런 상황을 겪어 보았을 것입니다. 스스로 타당한 이유가 없어서 할 말이 궁해지면 적당한 말을 찾아 말함으로써 도피하려고 합니다. 이른바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것을 말하다[顧左右而言他]”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그런 용기가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도피하는 말을 찾아 늘어놓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를 맹자는 대략 이 네 가지 유형으로 귀납시켰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만 지니고 있고 어떤 사람은 네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맹자가 여기에서 개괄해 놓은 것에는 사람이 말을 하는 데 있어서 문제점들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맹자와 공손추 : 남회근 저작선 9

 


맹자와 공손추

저자
남회근 지음
출판사
부키 | 2014-03-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빚어낸 심성 수양의 근거와 이치를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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