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를 바란다면…먼저 착하다고 말해주세요!
착한 아이를 바란다면…먼저 착하다고 말해주세요!
한 연구에서, 8~9세의 아동들에게 게임을 해서 칩을 따면 그 칩을 장난감으로 교환할 수 있게 했다. 그 후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칩을 조금 나누어주자고 권했다. 아이들이 칩의 일부를 내놓을 때마다 “넌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아이로구나.”라고 하거나“그건 남을 생각하는 좋은 행동이야.”라고 그 행위 자체를 규정하는 말을 했다. 얼마 후, 이 아이들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할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졌다. 그 결과는 실험연구자의 가설대로, 이타적이라는 규정은 이타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들은 이처럼 단순한 실험조작이 항상 같은 결과를 끌어내지는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자기 행동과 자기 자신을 뚜렷이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는 더 어린 연령의 아이들이나 이미 어느 정도 자아상이 안정화된 청소년들은 일시적인 실험으로 뚜렷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규정이 반복되면 만 8세 이상, 심지어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의 자아도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
한 연구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하는 척하면서 그중 (무작위로 선정된) 일부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써주시는 분이군요.”라는 식의 규정적인 언급을 했다. 며칠 후, 방문조사를 받았던 사람들은 적십자단 자원봉사를 권유하는 편지를 받았다. 권유에 응한 사람들 중에서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규정에 노출됐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당히 많았다.
이처럼 간단한 규정만으로 봉사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반복적 규정은 사람들의 행동방식이나 자아상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법도 하다. 실제로 한 연구자는 아이들에게 “깔끔한 아이로구나!”라고 계속 말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청결과 위생관념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지난번에 동료들과 저녁을 먹었던 일이 생각난다. 조종manipulation과 영향력 연구의 권위자인 한 동료가 그 자리에 여덟 살짜리 아들을 데려왔다. 그가 식전에 아들에게 “자, 넌 손씻기를 좋아하는 아이잖니?”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규정짓기 수법이 윤리적인 영역에만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로랑 베그,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