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와일드』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가 ‘슈거’가 되기까지
베스트셀러 『와일드』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가 ‘슈거’가 되기까지
미국에는 문학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럼퍼스(TheRumpus.net)’가 있습니다. 그 커뮤니티에는 상담 칼럼이 있는데요, 바로 독자들이 이메일로 상담을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이죠. 이 상담 칼럼의 제목이 바로 ‘디어 슈거((Dear Sugar)입니다. 이 칼럼은 질문도 답변도 익명으로 게재되었죠. 셰릴 스트레이드가 ‘디어 슈거’ 칼럼을 맡은 건 아마 두 번째인가 세 번째였을 거예요. (그 전의 담당자가 셰릴 또한 이 칼럼의 팬으로 팬레터를 한 번 보냈다는 것만 믿고 말이죠.)
‘슈거 칼럼이 놀라운 물건이 된 것’ 또한 당시 '슈거'였던 셰릴 스트레이드가 누군가 생각 없이 툭 던진 편지에 답하는 글이 실린 뒤부터였다고 해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나이 어린 듯한 한 독자가 슈거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씨팔, 씨팔, 씨팔, 뭐 이딴 게 다 있어! 난 날마다 모든 일에 이렇게 말한다.”셰릴 스트레이드, 아니 슈거는 이렇게 답했죠.
“씨팔에게
세 살, 네 살, 다섯 살 때 저는 할아버지의 자위를 도와야 했습니다. (중략) 그저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만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게 날 비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만은 잘 알았죠. (중략)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목에서 그때와 같은 구역질이 올라와요. (중략) ‘씨팔, 뭐 이딴 게 다 있어!’는 바로 이런 얘기를 말하는 겁니다. (중략)
당신의 질문은 “날마다 모든 일에”적용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당신은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게으른 겁쟁이란 얘긴데, 아니잖아요, 당신은 게으른 겁쟁이가 아니잖아요. 다음엔 좀 더 나은 질문을 해 보세요. 씨팔, 뭐 이딴 거는 다른 게 아니라 당신 인생이에요. 대답해 보세요.”
이 칼럼을 읽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그리고 ‘디어 슈거’ 칼럼은 그야말로 ‘상담 에세이’의 새 장을 연 독보적인 칼럼이 되었죠.
셰릴 스트레이드는 2010년 3월 11일부터 약 2년 동안 ‘슈거’가 되어 글을 썼어요.
사랑과 성, 가족과 친구, 우정, 돈과 진로 등 온갖 인생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과감한 조언을 건네며 “상담 장르를 새롭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슈거로 사는 동안 독자들의 고민을 꼼꼼히 살피는 시늉만 하는 훈수꾼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대신 그녀는 겁도 없이 자기 자신을 벌거벗겨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자기 고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친구가 되었죠.
슈거는 철저한 공감 냉정한 충고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조언하면서 아픈 그들을 보듬었어요.
슈거는 또 독자가 드러낸 이야기의 배후에 더 진실한 또 다른 이야기가,
우리 자신은 볼 수 없는 이야기가, 우리가 회피하고 착각하여 결국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차분히 짚어주죠. 다정하지만 사탕발림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자, 이 이야기는 슈거 칼럼의 첫 번째 칼럼니스트였던 스티브 아몬드가 세릴 스트레이드가 슈거로 활동했던 당시의 칼럼을 묶은 책 『안녕, 누군가의 인생』(원제 Tiny beautiful things)에 추천사를 통해 했던 말입니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우리는 셰릴의 책을 읽어야 한다. 마음속 비밀의 왕국에서는 누구나 현명하고 진실한 친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상대의 감정이나 자신의 감정에 당황하지 않는 누군가, 짧은 인생에서 베풀어야 할 것은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지금 우리에겐 슈거가 더더욱 필요하다. 책을 읽어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수많은 슈거 칼럼 중에 유독 셰릴 스트레이드의 칼럼이 책으로 나오고, 출간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 독자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시죠. 누군가의 인생이며, 누구나의 인생에 관한 것이니까요.
- 셰릴 스트레이드, 『안녕, 누구나의 인생』 본문 발췌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