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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뜨끈하게 ‘미소시루’ 한 그릇 : 『하나와 미소시루』 편집자 노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15. 16:21

부키에 많지 않은 기혼자 중에 한 명인 바람돌이. 바람돌이가 『하나와 미소시루』  담당 편집자 인데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입장의 동일함 때문인지 『하나와 미소시루』 주인공인 치에와 야스 그리고 다섯 살 하나에 참 많은 애정을 보여 주었답니다. 바람돌이가 전하는 『하나와 미소시루』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하나와 미소시루편집자 노트

추운 겨울, 뜨끈한 ‘미소시루’ 한 그릇 드리고 싶었어요

 

하나의 된장국

하나가 된장국을 끓입니다

마지막 날들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암과 딸 그리고 때때로 남편

그녀가 떠난 후에

.....

 

어떤 책이든 마감을 앞두고 가장 큰 골칫거리가 제목이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느껴질 정도다. 공감 가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어디 그런 제목이 쉽게 떠오르겠는가.

누구나 인터넷에 글을 쓰는 시대가 되면서 다들 훌륭한 카피들을 뽑으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데, 명색이 편집자라는 사람이 제목 뽑는 데 이렇게 골머리를 썩이다니. 막판엔 딱 죽고 싶은 심정이 들 때도 있다. 이번 책도 그중 하나였다. 도대체 뭐로 정해야 독자들의 차가운 관심을 뜨겁게 바꿀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위 제목들 다 패스당하고 결국 아니 마침내 종지부를 찍은 제목은 다름 아닌 『하나와 미소시루』.

누군가가 묻는다 

 도대체 미소시루가 뭐냐구, 떡시루냐, 칼자루냐? 사람 이름?”

별별 소리를 다 들었다. 잠시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발음하기에도 좋고, 서체와도 잘 어울리고, 일본 문화에 관심 많은 20~30대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기타 등등의 이유로 자기 위안을 삼았다.

처음 이 원고의 앞부분을 봤을 때 야스의 절절한 순애보에 감동했다. 야스가 사랑한 치에는 스물다섯, 풋풋한 나이에 암 선고를 받았다. 결혼을 약속하긴 했지만 가족(특히 남자인 야스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결혼을 밀어붙인 야스가 대단해 보였다. 난 그럴 수 있을까.  

남편이 조금만 아프다고 징징거려도 짜증부터 내기 일쑤인데 말이다. 그래서 남편이 얼마나 섭섭해 했던가. 아마도 그럴 수 없을 것만 같다. 치에도 자신과 결혼해 준 야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자신은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며 자신 없어 한다.

   

그런데 만약 제가 아니라 남편이 먼저 암에 걸렸다면?

함께 극복해 나가며 결혼할 수 있었을까?

제가 그런 대단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낍니다.

   

계사년 새해가 밝아도 온통 우울한 소식으로 도배가 된 뉴스를 봐야 하고 피로사회’ ‘소진사회라는 말처럼  모두가 번아웃되었는지 우중충한 얼굴로 다니는 듯 느껴진다. (아마도 내가 그런 상태라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지치고 힘든 날,

마음이 사막처럼 느껴질 때

야스와 치에의 뜨거운 사랑,

죽음 앞에서도 남겨질 가족을 위해 씩씩하게 살아간 치에,

그리고 언제나 엄마를 웃게 하는 딸 하나를 보고 있으면 절로 힘이 솟는다.

 

설사 제목을 보고 에잇~’ 해서

책까지 외면하는 우를 범하는 분이 없기를.

치에와 야스, 하나의 감동적인 삶까지 놓치게 될 테니까.

   

20131월 15

부키 기획편집부 바람돌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