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가고 희열이 온다!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편집자노트
두려움은 가고 희열이 온다!
#1. 환경책, 마이 무따 아이가
예전에 환경 분야 책을 만들다 부키로 건너왔습니다.
제가 처음 부키 주간회의에 들어갔을 때 말년병장께서
“오, 그럼 리처드 하인버그 신작을 붉은손이 만들면 되겠다.”하셨죠.
저는 방글방글 웃으며 “아, 재밌겠어요.” 했지만
속으로는 ‘아웅, 마이 무따 아이가, 환경책은 이제 그만~’ 하며 울었습니다.
〉_〈 환경책이 싫어서는 아니고요,
참 중요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영 귀 기울여 주지 않아서 내심 야속함을 많이 느꼈더랬습니다.
#2. 내부의 하인버그 마니아, 은근 스트레스!
환경 쪽 책 리스트가 풍부하달 수는 없는 부키지만
2010년 출간한 『미래에서 온 편지』는 부키 내부에 은근 마니아 군단을 거느린 책이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밖에서는 미적지근 ㅜ ㅜ)
지나가면서
“아, 진짜 좋은 책이었어.”
“그 좋은 책인데 생각보다 많이 안 팔려서 아쉬워.”
하고 툭툭 던지는 부키 사람들.
녜녜... 알았다고요,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3. 근본적인 질문 :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것은 ‘정상’인가?
하인버그 아저씨의 이번 작품도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처음 생각과 달리 ‘환경’ 테두리에 한정시킬 수 없는 책이었고요.
오히려 경제사와 세계 경제의 현재적 문제를 깊숙이 파고들어
단순히 환경을 살리자, 지구를 보호하자는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서
수치적 경제 성장과 양적 팽창에 경도된 ‘경제적’ 사고에 원투펀치를 날립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세계 정치와 사회 흐름을 선도하는 지금,
보통의 우리들도 그들이 퍼뜨리는 사고 틀을 별 문제의식 없이 따릅니다.
“마땅히 경제 대통령이 되어야지!”
“경제 민주화를 통해 다시금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야지!”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주 심플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고개를 듭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인가
이 책은 서두부터 ‘그렇지 않다. 경제 성장은 결딴났다’고 못 박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를 차근차근 치밀하게 논증해 나갑니다.
두렵고 우울할지언정 독자로서는 ‘희열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부자를 꿈꾸며 경제/비즈니스 책을 탐독하는 독자 분들에게
이 책은 다른 관점, 보다 미래적인 안목의 단초를 제공해 주리라 확신합니다.
#4. ‘두려움’은 가고 ‘희열’이 온다
시간은 잘도 흘러서 입사 10개월을 꽉 채우는 날...
저는 문제의 작가 하인버그 님의 신작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마감을 가까스로 넘기고 보도자료를 쓰느라 숨넘어가고 있었답니다.
콘돌에게 일차 작성한 보도자료를 대차게 까이고 수정을 위해
다시금 책을 찬찬히 읽어 보매,
치밀던 울화가 잦아들고... 두렵고 우울함을 넘어 오히려 ‘희열’을 느끼면서 말이죠.
“값싸고 풍부한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면서 지속적 팽창이라는 환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성장의 종말은 엄청난 사건이다. 이것은 한 시대의 종말이다.
(…) 우리는 이 역사적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야 한다.”
저 역시 어렴풋이 직감했을 뿐 머리로는 제대로 짚지 못했던
전환기의 맥락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감 잡은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독서의 즐거움과 더불어 새 시대를 열어갈 단단한 마음가짐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네요.
보도자료 지뢰를 넘어 편집자노트도 넘겼으니 종말은 면했다고 한숨 돌리는
부키 기획편집부 붉은손 씀
덧글.
* 함께 읽고 싶은 좋은 글 소개합니다.
이 책을 작업하며 (옮긴이 노승영 선생님의 소개해 주신 덕에) 참고 자료로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의 강연문을 읽었습니다. ‘성장 시대의 종언’이라는 글인데요,
저희 책과 일맥상통하면서 더 나아가 역사, 정치, 사회적 맥락에서 특히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적 사안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함께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http://www.greenreview.co.kr/archive/125KimJongchul.htm (꼭 클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