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 절반이 비정규직, "정규직이 아니므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일하는 사람(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47.7%이나 된다지요. (파이낸셜뉴스 11월1일자 바로가기 : 비정규직은 ‘반토막 인생’…비율·임금 모두 정규직 절반) 현재 비정규직은 임금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900만 명 수준이지요. 이들은 비정규직 – 실직 – 근로 빈곤이라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노동과 노동권이 약화되면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이 바로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날아라 노동』 에서는 근로 빈곤에 시달리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 비정규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합니다!
이름 : 김시원 / 나이 : 38세 / 공채 / 정규직
이름 : 제갈화숙 / 나이 : 34세 / 공채 / 1년 기간제
이름 : 이한별 / 나이 : 30세 / 파견직
이름 : 황은석 / 나이 : 36세 / 자영업
이름 : 엄종인 / 나이 : 29세 / 시간제 사원 (파트타임)
이 다섯 사람의 공통점은 업무가 거의 같고 한 공간에서 바로 옆 책상에 앉아 근무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차이점은 무엇이냐고요? 이들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승진 가능성이나 고용 안정 정도, 실업급여 혜택, 노동조합 가입 권리 등이 다르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비!정!규!직! 이기 때문이지요.
삶과 존재의 위기에 선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아니다’는 뜻입니다.
비정규직은 정확한 이름조차 없이 그저 ‘정규직이 아니다’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입니다.(개그콘서트의 멘붕스쿨도 아닌데... "무엇무엇이다"가 아니라 "무엇무엇이 아니다"로 규정되는 것 자체가 바로 비정규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비정규직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노동의 재구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비정규직은 단순히 정규직 대비 임금이 60% 수준이거나 고용보험 적용률이 40%에 불과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1년간 정규직의 평균 실직률이 13.3%인 반면 비정규직의 실직률은 33.7%에 달할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사실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비정규직이 갖는 특징은 과연 무엇일까요?
첫째, 모든 비정규 노동자는 노동법상의 해고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서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돌발 질문!!
Q : 사용자가 그만두라고 하거나 일을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 그때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합니까?
A : YES or NO !
만약에 이 질문에 YES를 대답했다면 당신은 비정규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고로부터 늘 불안한 이 특징을 노동법학자들은 비정규직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생각한답니다.
둘째, ‘사용자성’ 즉 누가 사용자인가가 과거와 달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비전형 근로자 (파견, 용역 등)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근로계약과 지휘명령을 하는 자가 둘로 나뉘는 거지요.
늘 노동문제를 가지고 법정다툼을 할 때 이 ‘사용자성’,‘누가 어떤 노동법상의 책임을 지고 일을 시키는가’ 는 그 문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셋째, ‘노동자성’마저 뚜렷하지 않습니다.
정규 고용은 구두나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하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한 대가로 임금 등의 급여를 받지요. 허나 최근에는 시키는 대로 일을 했지만 근로계약을 하지 않거나 자영업자로 등록을 하는 형태를 취하는 유형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넷째, 일하는 장소와 일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합니다.
기존에는 한 사업장에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일을 하면 충분했지만 최근에는 매일매일 사업장이 바뀌거나 1일 8시간 혹은 1주 40부 이하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각 사업장마다 비일비재 하지요.
다섯째,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비전형 근로자의 세 가지 유형은 배타적이기보다는 상호 중첩적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한시적 근로자면서 시간적 근로자이거나 또는 시간제 근로자이면서 기간제 근로자일 수 있다는 거죠.
비정규직은 삶의 위기와 함께 존재의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는 그 무엇들입니다. 정확한 이름조차 없이 ‘정규직이 아니다’라고만 지칭되는 사람들 인거죠. 이들에게 비정규직이니깐! 그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고’ 살라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보신탕집, 다음 날은 삼계탕을 하는 식이지요. 음식 종류는 조금 다르지만 설거지하고 홀 서빙하는 것은 비슷하잖아요. 낮이나 저녁 시간에 몇 시간씩 일해 주고 그날 일당을 받고 돌아왔지요.” 일당으로 급여를 받는다고 일용직이라고도 하며 파출이라는 말도 쓰이는 일을 하는 엄종인(57세)는 근로계약도 없고 사회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 식당 노동자 엄종인(57세) 씨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소규모정보통신회사에 기간제로 입사한 이한규(32세)씨. 군대에 갔다 오고 나서는 같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지만 3년 후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자 학력이 낮고 젊은 그가 대상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 이후 같은 회사를 다녔지만 신분이 파견업체 직원으로 바뀌고 낮이 아니라 밤에 근무하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하는 일은 같아요. 그런데 정규직에서 파견업체 직원으로 바뀌니까 밤 근무를 시키더라구요. 정규직원은 밤 근무를 싫어하거든요. 급여도 더 달라졌고요” - 파견 노동자 이한규(32세) 씨
『날아라 노동』 본문 중 발췌 재구성